취업제도 개선(조선족문제 어떻게 풀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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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2-06 00:00
입력 1996-12-06 00:00
◎“외국인력 관련법 제정” 목소리/비영리법인·사업주 직접 모집 강구할만/고용직종 확대… 송출비 걷는 방식 바꿔야

노동 관련기관과 단체들이 제시하는 조선족 문제의 해결책은 현행 산업기술연수제도를 전면 개선해 국내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재 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취업한 조선족은 8백여개의 중소기업에 1만2천여명이다.이들이 받는 임금은 한달에 70만∼72만여원으로 국내 근로자의 70∼79% 정도이지만 중국의 임금에 비하면 20배 이상이다.

이 때문에 조선족은 중국의 142개월 임금에 해당하는 최고 5백여만원의 수수료를 중국내 10여개 사설 인력송출회사에 내고 산업연수생으로 선발되려고 애를 쓰고 있다.2∼3년을 기다리다 지쳤거나 「지름길」을 택하려는 조선족은 사기단의 유혹에 쉽게 걸려들 수밖에 없다.이런 과정을 거쳐 국내에 불법 취업한 조선족은 3만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때문에 합법적인 취업의 문을 양성화하는 것이 우선적인 문제해결의 방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관계기관의 실무자들은 지금과 같은 제도 아래에서는 조선족 연수생을 늘리는 방식은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현재의 연수생제도가 사실상 편법적인 외국인 고용방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조선족 취업자의 모집·관리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맡고 있다.하지만 조선족의 수가 늘어나면서 관리능력의 한계를 보여 연수생의 20% 정도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사업장에 불법취업하고 있다.외국 연수생은 중소제조업체에만 취업이 가능하다.자연 불법 노동시장이 형성됐고 이에 따른 사회문제 또한 크다.

조선족 인력 활용에 대한 원칙과 기준도 사실상 없다.건설업·서비스업 등 취업대상이 아닌 업체에서도 저임금 근로자 확보를 위해 조선족을 끌어들이려고 기를 쓰는 실정이다.이들 또한 불법과 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조선족을 포함한 외국인 근로자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외국인 인력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총괄하고 사업주가 직접 조선족을 모집하거나 공공기관,비영리 법인을 통한 모집으로 제도가 개선되면 10여개 사설 인력송출회사에만 의존해 온 조선족의 취업 과정도 투명해져 지금과 같은 취업사기사건을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조선족의 취업 비용부담도 적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5일 산업연수생 취업과 관련해 사기를 당한 조선족 피해자는 연수생으로 우선 선발하겠다고 밝혔다.또 송출에 따른 비용도 중앙회가 우선 부담한 뒤 연수수당에서 분할 상환토록 할 방침이다.

조선족의 취업대상을 건설,연근해어업 등에 체계적으로 확대,취업기회를 늘려주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2천93만여명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가 0.8%를 차지하고 있다.체계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지면 약 1%인 20만명 수준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수를 늘릴 수 있고 이 가운데 상당부분을 조선족에 배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노동부,경총,노동연구원 등이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고용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70% 이상이 현재의 연수생제도를 개선해 조선족 등을 근로자로 인정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여년 동안 중국 조선족 문제를 연구해 온 서울대 김광억 교수(인류학)는 『조선족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취업알선의 공식적 제도가 확립되고 양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박상렬 기자>
1996-12-0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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