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들의 타락(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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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1-26 00:00
입력 1996-11-26 00:00
기능이 뛰어난 운동선수이면서 해맑은 미소년의 인상이 돋보여 사랑받던 농구선수가 체련복 후드로 얼굴을 가리며 경찰서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은 우리를 속상하게 했다.그 추락하는 모습 자체도 불유쾌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를 「우상」으로 섬기는 그 많은 소년소녀들를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며칠전 브라운관에서 발랄한 기운을 샘솟게 하던 여자 탤런트가 그와 똑같은 「음주뺑소니운전」으로 잡히던 모습을 본 뒤라 더욱 그랬다.둘은 다같이 젊은 도당을 거느린 오늘의 아이돌이다.

음주운전은 이 사회 최대의 골칫거리다.연령이 점점 어려져서 더욱 골머리를 앓게 하는 「사회악」이다.두 사람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듯 광분하는 젊은세대가 바로 그 충동에 빠져드는 사회문제인데 하필 그들이 그 본을 보일 것이 무엇인가.

게다가 정황으로 보면 그들은 누적범 같다.그렇다는 것은 그들 「청소년의 우상」 사이에서는 이런 일이 의외로 많이 행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혐의도 든다.그래서 더욱 우울하다.우상이 하는 짓이면 해괴한 버릇까지 흉내지 못해 안달하는 것이 「팬」이다.그들은 바로 우리의 자식이다.

이런 「젊은 우상의 타락」에 대해서 사회는 온정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그들이 시민에게 위안과 기쁨으로 공헌한 바를 평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다만 그들로 인해 타락이 미화되거나 확산전염되는 일은 심각한 일이다.「걸렸다가」 쉽게 풀려나는 일이 거듭될 때마다 자라는 세대의 도덕적 불감증이 심화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관대함은 무책임의 죄를 짓는 일이다.

그들이 속해 있는 세계의 자정노력도 있어야 한다.재능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응징하여 한번 추락하면 그 빚갚기가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를 알게 해야 재범이 예방된다.
1996-11-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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