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김중희 상경 동료 고별사
수정 1996-08-24 00:00
입력 1996-08-24 00:00
친구여!
조국의 굳건한 방패가 되기 위해 불철주야 젊음을 불태우던 동료·선후배 등이 이 자리에 모였네.그대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부모형제도 여기 계시네.
어리다고 생각하던 자신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며 사회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의무경찰에 입대하던 날 어머님의 주름진 얼굴엔 자랑스러운 눈물이 흘렀었지.
조국의 부름으로 맺어진 우리의 우정,지나간 21년 세월동안 고이 길러주신 부모님과 친지 어른을 여기에 두고 정녕 홀연히 그대는 먼길을 떠나야만 하는가?
너무나 꽃다운 나이에 한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친구가 소망하던 모든 것을 두고 이렇게도 떠나는 구려.그날 우린 일찍 일어나 시위진압차 연세대로 출동하였지.아직 어둡고 캄캄한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면서 오늘 하루도 아무 탈 없이 돌아올 수 있기를 가슴으로 기도하였지.
그런데 친구여!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던 거리에서도 용기와 웃음을 잃지 않던 그대가 연세대 백양로 끝자락에서 피어보지도 못한 푸르디푸른 젊음을 정녕 허무하게 접을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는가.
자네의 그 고통스럽고 비참한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을 저미는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네.우리는 젊었기에 뜨거운 가슴이 있었고,조국의 방패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희망이 있었고,제1기동대 정예요원으로서의 가슴 뿌듯한 자부심으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던 친구였기에 더욱더 가슴이 저리고 아파온다네.
자네와 보낸 생사고락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구려.새벽녘부터 서러운 늦은 밤까지 시민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 우리 곁에 있던 친구여.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 마당에 힘들고 어렵던 모든 일이 더욱 가슴저미게 한다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친구여.이제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오고 있네.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라도 그대를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심고 간직할 거라네.
친구여.그날의 아침을 우리 모두 기억할 거네.우리 모두 그대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갈 거네.법과 질서가 확고히 서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네.
오늘 여기 누운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고 한맺힌 눈물로장송하는 가족친지·선후배·동료의 애도의 정을 모아 그대의 명복을 비네.
부디 마음 편히 영원히 잠드소서.
96년8월23일 제6중대 의경 전현영
1996-08-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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