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 발목잡힌 새정치/박찬구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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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6-12 00:00
입력 1996-06-12 00:00
『여권 핵심부가 대중적 인기에 연연했다면 15대 국회는 벌써 개원됐을 것이다』 여야 대치정국에 대한 여권내 한 고위관계자의 「색다른」 해석이다.

그는 총선직후 국민회의 김대중·자민련 김종필총재를 잇따라 만났을때 김영삼대통령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소개했다.여권이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나갔다면 개원 국회의 상황은 달라졌으리라는 전망이다.

그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여권의 상황 인식에는 인기나 즉흥적 감상을 뛰어 넘은 확고한 원칙이 깔려있는 듯 하다.새정치에 대한 의지다.

새정치는 「YS식」이든,「이홍구식」이든,아니면 초선들의 논리이든간에 두가지 특성으로 요약된다.준법과 비폭력이다.법을 지키되 여야간의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물리적인 힘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토론과 협상으로 생활정치의 전통을 세우려는 의지와도 통한다.

국회가 일주일째 겉도는 상황에서도 이홍구대표는 11일 『재임기간 동안 국회에서 「강행」이라는 용어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강삼재사무총장도 『여당이 억지수를 둘수는 없다』고 새정치의 접목을 강조했다.그러면서도 「개원 협상」이라는 용어를 만들 수 없다는 원칙도 분명히 했다.

과거 날치기와 파행국회를 『어쩔수 없는 통과의례』로 치부했던 과거의 인식에 비하면 대단한 변화다.야당에게 상당한 기회와 융통성을 제공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현실에서는 여권의 논리가 전혀 먹혀 들지 않고 있다.야권의 개원저지 전략이 대권행보의 큰 틀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체로 우세하다.

당내 균열이라는 내우를 대여 투쟁이라는 외환으로 땜질하기 위해 개원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대권싸움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검·경중립화나 선거법 개정 등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보장받겠다는 노림수도 함께다.

그렇지 않다면 민생과 남북관계,한약분쟁 등 산적한 현안을 다루기 위해서라도 개원을 늦출 이유가 없다.협상은 개원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새정치」의 기대와 바람이 때아닌 대권전략과 당리당략에 발목이 잡힌,안타까운 현실이다.그것도 21세기를 연다는 국회에서말이다.
1996-06-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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