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 대표의 「야 총재 방문」(정가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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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5-12 00:00
입력 1996-05-12 00:00
신한국당 이홍구 신임대표가 야당 총재방문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정치도의를 따지자니 현실정치가 매정하고,아예 모른 체하자니 도리가 아닌 것 같고…』정치초년생인 이신임대표가 처음으로 난제에 맞닥뜨린 셈이다.
발단은 취임직후 이신임대표가 스스로 야당당사방문 계획을 기자들에게 밝히면서부터였다.
「정당 초년생」으로서 야당 원로들을 찾아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것이다.정치를 더불어 풀어야 할 「짝」으로서 대화정치의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순수한」 취지였다.
서청원 원내총무도 『이신임대표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양김총재와 과거부터 교분이 있었고 정당에도 처음 입문했으니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고 원칙에는 동의했다.21세기를 앞두고 새정치를 원하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신선한 만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개원협상과 최승진씨 구속 등을 놓고 야권 공세가 거센 마당에 무작정정치도의만 따질 수 없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뜻」은 좋지만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전례가 드물다』며 격식과 모양새를 따지는 의견도 당내에서 일었다.11일에는 측근들조차도 『만나긴 만나는데 언제 만날지…』라며 주춤거렸다.곤혹스런 표정도 지었다.
급기야 지도부는 이날 『시기는 이신임대표가 직접 판단할 일』이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강삼재 사무총장은 『여건이 조성되면…』이라고 토를 단뒤 『시간을 좀 달라』고 여운을 남겼다.그러면서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다른 당직자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정략적인 인상을 주기 쉽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서총무도 『야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진상조사를 하는 마당에 타이밍을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격식과 예의를 차리려던 이신임대표의 의도는 당분간 정치판의 현실 논리에 밀리게 됐다.〈박찬구 기자〉
1996-05-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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