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수사 소홀…범인 윤곽도 못잡아/미궁한달…「한은 9억사기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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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3-17 00:00
입력 1996-03-17 00:00
한국은행 구미사무소 현금 9억원 사기인출사건이 발생 1개월 지나도록 경찰이 단서조차 찾지 못한 채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7일 사건이 발생한 이후 50명의 수사요원을 투입,대동은행 구미지점과 한은 구미사무소 직원 24명과 주변인물 등 3백여명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사건발생 초기에만 해도 경찰은 범인들이 은행원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사용한 점,은행간 거래되는 지급준비금을 대상으로 하는 점 등을 들어 은행내부직원의 범행으로 결론짓고 조기범인검거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현장보존을 허술히 하는 등 초등수사소홀로 범인의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경찰이 가장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를 걸었던 범행에 이용된 당좌수표의 지문채취는 실패로 끝났다.
이 수표는 경찰에 신고되기 이전 대동은행 직원들이 자체조사과정에서 수표를 마구 만진데다 복사까지 해버려 이미 범인들의 지문이 지워져 있었다.경찰은 또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채무관계가 복잡한 전·현직 대동은행직원 6∼7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거짓말탐지기를 동원,조사를 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범행수표에 사용된 대동은행 직원 명판과 인감을 만든 인장업소를 찾는 경찰의 수사도 단순탐문조사를 벌인 끝에 별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범행발생 3일만에 시작한 범인들의 전화발신지 추적작업은 구미지역 70%가 기계식 전화시스템이어서 실패했으며 특히 수사관 대부분이 금융기관업무와 용어 등에 대한 기본상식이 부족,금융사기사건 수사에 한계를 드러냈다.
범인 3명의 몽타주는 1명의 모습이 다소 다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고 수배전단에 실린 돈자루는 실물크기의 절반으로 잘못 기재됐다.
경찰에 접수된 40건의 시민제보도 조사결과 모두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한은 구미사무소 현금보관창고의 폐쇄회로TV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범인식별을 하지 못했다.
경찰은 대동은행 구미지점직원 24명중 내부공모자가 사건발생 이전에 범인들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 은행의 통화내용을 추적하며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으나 수사는 장기화 될 전망이다.<구미=한찬규 기자>
1996-03-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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