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상처 묻어버리고 미래로 나아가자”/「5·18」수사 각계의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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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7-19 00:00
입력 1995-07-19 00:00
3만여명이 넘는 고소·고발인에다가 10만쪽이 넘는 수사기록,1년2개월여를 끌어온 수사기간 등으로 초미의 관심을 모은 「5·18」 고소·고발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버리자 고소·고발인과 시민·재야단체·야당정치권 등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강경하게 반발했다.반면 피고소·고발인 당사자와 여당 정치권등은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그러나 이번 사건 수사는 일단 매듭지어진 것으로 비춰짐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대정부 강경투쟁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어 앞으로 정치·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시민/불법 쿠데타에 면죄부 준것… 모든 문제 법테두리서

△안상수(변호사)씨=군주정치시대의 산물인 통치행위의 개념으로 불법적인 쿠데타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헌법에 명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치행위를 인정해서는 안되며 이같은 법의 적용에는 어떤 예외도 있어서는 안된다.법은 행위의 결과뿐 아니라 동기부터 따져야 하며 민주정치의 확립과 법해석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피고소·고발인들을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나은경(29·회사원)씨=당시 중학교를 다니던 광주시민으로서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보고 겪은 모든 것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으면 했으나 다소 실망스러웠다.그러나 역사란 당장 평가될 수 없는 만큼 5·18의 진정한 평가는 후세에 맡겨두는 것이 옳다고 보며 이제는 아픈 상처는 묻어버리고 국론을 모을 때라고 본다.

△허경(연세대 법학과교수)씨=법치국가에서는 모든 문제를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판단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이번 수사가 통치권 차원이라는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마무리돼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본다.정치적인 결단을 위해 전제군주에게 주어지던 통치권을 민주국가에서 법적인 심사에 앞서 운운한 것 자체가 법치국가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다.

△이남숙(38·주부)씨=이른바 신군부들이 처벌된 것은 아니지만 당시 상황이 어느 정도 밝혀져 다행스럽다.특히 일부 군인이 민간인을 사살한 게 밝혀진 것은 당시의 진실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이제평가는 역사에 맡기는 것이 옳을 것 같다.과거를 파헤치는 것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가졌으면 싶다.이 기회에 아직도 비탄에 잠겨 있는 광주시민을 위한 대화합책도 나왔으면 좋겠다.

△유종성(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연구실장)씨=검찰의 결정은 쿠데타와 시민학살의 주범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으로 검찰이 스스로 역사적인 책무를 포기한 처사다.특히 지난번 12·12 주동자들에 대한 기소유예처분보다도 후퇴한 이번 결정이 지방자치선거 패배 등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구여권세력 끌어안기라는 현정권의 정치적 목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천우(사업)씨=5·18 당시 광주에 있어서 상황을 잘 안다.군의 무리한 투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어쨌든 국가에 대항한 것은 「반란」죄에 해당하므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본다.이번에 5·18 수사발표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것으로 끝내고 더 이상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김환용·이순녀 기자>

◎정치권/여,“검찰의 고유권한” 야,“진실외면” 비난

▲민자당박범진 대변인=5·18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검찰의 고유권한으로 검찰의 결정을 존중하며 역사적 평가는 후세에 맡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이번 검찰의 결정을 계기로 이제 과거 문제의 질곡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해 국민적 힘을 모아가는 건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지난 일을 가지고 끊임없이 논란을 계속하는 것은 국력만을 소모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권위주의 정권이나 독재정권을 청산하는 방식에는 두가지의 길이 있다.남아공처럼 과거를 묻지않고 용서와 화해의 정신으로 국민 화합속에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 나가는 방식이 하나다.6·25전쟁을 겪은 우리가 통일한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남북간 용서와 화해의 정신없이는 불가능하다.그런 점에서 먼저 국내적으로 과거에 대한 용서와 화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신당창당모임 박지원 대변인=검찰의 「공소권 없음」결정은 사법적·정치적 혼란은 물론 사회교육적·도덕적·역사적 혼란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검찰이 국민의 편이 아니라 범죄자의 편에 선 것을 우리는 규탄하며 이대로 넘어가지 않겠음을 정부에 경고한다.

▲민주당 이규택 대변인=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 여망을 무시한 반역사적 폭거다.신군부일당을 사법처리하지 않은 것은 정의와 진실을 외면하고 군사쿠데타를 합법화·정당화하는 처사로 또다른 역사의 오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자민련 안성렬 대변인=우리는 처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광주의 불행한 사건이 민족 화합을 위한 역사적 교훈이 되기를 바라며,진실을 밝힌뒤 대화합과 포용의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피고소인/“당연한 귀결” 분위기속 직접 언급 자제

○…전두환·노태우씨 등 전직대통령측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내심 『큰 줄거리는 우리의 주장대로 된 것 같다』는 분위기이면서도 조사과정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했다.

전 전대통령측의 한 측근은 이날 『전 전대통령과 광주문제는 관계가 없다고 진작부터 말해오지 않았느냐』면서 『이번 조사결과로 광주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나돈 많은 얘기가 유언비어였음이 입증됐다』고 주장.이 측근은 또 검찰이 5공집권과정에 대해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과 관련,『그런 어정쩡한 결정을 하려고 전직대통령을 조사했느냐』면서 『이런 식의 조사가 헌정사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조사자체가 불쾌했다는 반응.

측근은 『일부에서 이번 검찰의 결정뒤 현 정부와 5·6공세력과의 화해가 이뤄질거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성급한 추측』이라고 말했다.

노 전대통령은 이날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이 인사는 『법률이론에서 볼때 80년의 일련의 정부조치가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우리 주장이 큰 줄거리에 있어서는 수용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원 줄거리에 대해 공소권이 없다고 검찰이 결정을 내린 만큼 세세한 발표 내용을 놓고는 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고소·고발 상대측이 항고등을 하는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으며 우리의 주장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검찰조사에 끝내 응하지 않았던 최규하 전대통령측은 검찰 수사발표에 대해서도 노코멘트로 일관.

○…민자당의 정호용·박준병·허삼수·허화평의원 등 핵심관련자들은 직접언급은 자제하면서도 『처음부터 사법적 심판대상이 아니었다』고 반기는 표정.

허화평의원은 지역구인 포항에서 검찰발표를 전해 듣고는 『15년이나 지난 역사적 일을 국가기관이 실정법의 잣대로 시비를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무의미한 일』이라면서 『이렇게 종결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홀가분한 소감을 피력.

정 의원측의 이상범 보좌관은 『특히 관심이 대상이었던 발포경위와 광주파견부대의 지휘권 이원화여부등에 대해 합리적으로 조사된 것 같다』고 코멘트.

박준병·허삼수의원은 지역구인 옥천과 부산에 머무르며 비서진을 통해 검찰발표를 보고받았으며 비서진들은 『미묘한 사안이라 의원님께서 직접 발표문을 읽어보기 전에는 논평하기 곤란하다』고 조심스런 답변.

◎고소인/“상식 무시한 법집행은 역사왜곡 행위”

△이해찬(서울시 정무부시장)씨=검찰의 발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공소권 없음」이란 결론을 내려 놓고 목적없이 조사만 한게 아니냐하는 생각이 든다.검찰 스스로 반성해야 하며 부끄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이러한 결과를 내리려면 무엇하려고 수사를 했는가.수사를 말았어야 한다.이번 사건은 12·12사건보다 더 큰 사안이다.검찰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이문영(경기대 대학원장)씨=문민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당시 피해자들은 내란음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감옥살이를 하는 등 법률적인 심판을 받은 반면 가해자들의 행위는 정치적 행위라는 이유로 법률적 심판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송기원(문인)씨=검찰의 결정이 정치적 판단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최근의 정치상황으로 볼 때 검찰의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가 가나 「공소권 없음」 결정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조비오 신부(광주봉선동성당 주임신부)=사법부의 존재의미를 포기한 것이다.명백한 쿠데타를 통치권 행위로 규정한 것은 현정부가 5·18 진상을 규명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동년(5·18 광주민중항쟁연합 상임의장)씨=김영삼대통령이 「현정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연장선상에 있다」고 선언한 「5·13 특별담화」는 거짓으로 드러났다.5·18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역사적 과제인 만큼 항고·재항고·헌법소원 등의 방법으로 다시 5·18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윤광장(5·18 광주민중항쟁동지회장)씨=검찰의 결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법권의 독단이다.5·18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바랐던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것이다.법의 운용은 상식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상식과 정의를 무시한 형식적인 법집행은 역사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광주권/검찰경정 납득못해… 「기소서명」 나설터

본다.정치적인 결단을 위해 전제군주에게 주어졌던 통치권을 민주국가에서 법적인 심사에 앞서 운운한 것 자체가 법치국가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다.

▲명노근씨(61·전남대 영문과교수)=국민의 일반 감정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다.한마디로 검찰의 직무유기행위다.5·18 당시 진압군의 살인행위가 인정됐음에도 검찰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린 것은 검찰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을 저버린 처사다.특별검사제도 도입 등을 통해 시시비비를 명백히 가려야 한다.

▲김원희씨(34·은행원·광주시 광산구 월곡동)=현 정부가 「5·18문제」를 역사에 맡기자고 선언했듯이 큰 기대는 걸지 않았다.그러나 검찰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압을 정치적 행위에만 국한시킨 것은 형평성을 잃은 법적용이라고 생각한다.앞으로 가해자 기소를 위한 서명운동 등에 적극 참여해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관철토록 돕겠다.

▲박병모씨(37·전남일보 기자)=광주시민의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결정이다.학생과 재야·시민 등이 이미 「피고소·고발인에 대한 기소촉구」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어 자칫 공권력과의 충돌 등 혼란이 예상된다.정부는 검찰의 이번 결정이 가해자에 대한 면죄부 부여라는 일반 시민의 격앙된 감정에 귀기울여야 한다.

▲정웅태씨(37·변호사)=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검찰의 입장을 이해 못하진 않는다.그러나 국민의 법감정과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결정이다.특별검사제 도입등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애초부터 5·18문제를 푸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김대원씨(23·전남대 국문과 3년)=명백한 살인행위를 국가권력의 정당한 행사라고 규정한 검찰의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민주화를 외치다 쓰러져 간 선배들의 고귀한 정신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1995-07-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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