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과 미소 담긴 서비스/김아라 연극연출가(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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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6-28 00:00
입력 1995-06-28 00:00
그러나 우리 서민들의 삶은 무표정과 시큰둥 속이다.집을 나서면서부터 죄인처럼 굽실거려야 겨우 사람대접을 받는다.택시를 타려면 으레히 가는 방향을 이야기해야 하고 겨우 허락을 받아야 탈 수 있다.서울 시내를 시속 100㎞로 곡예 운전을 해도 참아야 한다.짜증을 부리면 급브레이크를 밟아 어지럼증까지 덤으로 선사받아야 하니까.물론 다 그런건 아니지만 말이다.병원은 어떤가.몸이 아픈 것은 죄중에 큰 죄이다.언제부터인지 간호사와 의사는 위 아래 구분 없는 반말을 해대는게 예사다.의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심한 엄살이나 애교를 피우지 않으면 안된다.늘상 다니는 관공서나 대중식당에서 한번쯤 언성을 높여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표정과 시큰둥의 불친절은 만연되어 있다.이제 친절과 미소가 담긴 서비스를 받는 것은 그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누리는 특권이 돼버렸다.돈의 위력이 날로 기승을 부리는 세상이니 너 나 할것 없이 돈돈돈 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안녕하세요』『실례합니다』『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분명히 우리에게도 있는 말인데 외국어처럼 낯설기만 하다.
1995-06-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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