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변조」 외무부·권 의원·최씨 주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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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6-26 00:00
입력 1995-06-26 00:00
◎“대사에 보고뒤 최씨가 변조 가능성”/「변조지시」 증거 못대고 횡설수설/이 대사 본부에 “정서불안” 보고/권 부총재 발표 시점에도 의구심

외무부 대외비 전문의 유출,변조 사건은 뉴질랜드 대사관의 전문을 다루는 최승진 통신행정관 겸 부영사쪽으로 의심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외무부와 민주당,이동익 뉴질랜드 대사,최외신관 본인 등 관계자들의 증언들을 종합할 때,최씨는 지난 3월23일 외무부로부터 수신한 「지방자치선거 현황 파악보고」 전문을 일단 이대사에게 보고한 뒤 이를 「선거연기 검토지시」전문으로 변조,인편을 통해 민주당의 권노갑 부총재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외교문서 취급실상을 아는 전문가들의 정설이다.

최외신관 본인도 문서의 유출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했으나,외무부의 변조지시에 대해서는 분명한 증거를 대지 못했다.더욱이 최씨는 문서를 유출하게된 동기와 관련,권부총재에게 보낸 서신과 전화인터뷰에서 『나는 이미 죽은 몸』,『선생님을 위해』,『대통령을 진실로 사랑해서』 등으로 횡설수설하는등 정서적 불안정을 보여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무부가 지방자치선거 연기 검토 전문을 보낸 뒤,또 다시 이를 단순한 현황파악 지시 전문으로 변조토록 지시했다는 권부총재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허위로 판명될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최씨가 귀국하여 검찰수사가 매듭지어져야만 분명한 진실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외무부와 민주당,그리고 정치권은 당분간 이 문제로 논란을 벌일 전망이다.

○…공로명 외무장관은 25일 하오 2시 김항경 기획관리실장,김하중 아시아태평양국장,김영기 문화협력국장,한현 외신1담당관등 외교문서 유출과 관련있는 간부 10여명을 배석시킨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권부총재의 주장을 반박했다.선거 이틀전이란 민감한 시점을 민주당측이 묘하게 이용하려 한다는 판단에 따라,조기에 국민들의 의문을 풀어주기 위한 조치다.

공장관은 먼저 3월23일 외무부가 33개 공관에 타전한 「지방자치 현황보고」 발송전문의 원본과 이 원본과의 일치성을 확인하기 위해 각 공관이 최근 외무부에 다시 보낸수신전문 33부를 제시,발송과 수신 내용이 일치함을 증명했다.

공장관은 이어 외무부가 3월23일 타전한 전문의 발송일시와,권부총재가 제시한 「지방자치선거 연기검토」전문의 발송일시가 95년 3월23일 상오 9시59분 임을 의미하는 「503230959」로 정확히 일치함을 들면서 『외무부가 해외공관에 발송하는 모든 전문은 컴퓨터에 의해 일일이 시간이 기록되기 때문에 똑같은 시간에 내용이 조금이라도 다른 두 가지 전문이 한꺼번에 발송될 수 없다』고 설명하고 『따라서 두가지 전문 가운데 한가지,즉 권부총재가 제시한 전문이 누군가에 의해 변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장관은 『외무부가 33개 공관에 지방자치 연기검토 자료수집 지시를 내린 뒤 다시 이를 변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권부총재의 주장은 33개 공관에서 1백50여명이 공문을 열람하는등 직·간접으로 간여하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익 대사는 이날 하오 공장관에게 전화보고를 통해 『최외신관의 정서가 매우 불안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권노갑 부총재는 25일 상오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별첨1,2의 두가지 문서사본과 그 제공자라는 최승진 뉴질랜드대사관 외신관의 육필 서한사본 2통을 공개했다.

외무부 대외비 전문이라는 별첨1 문서는 3월23일 외무부가 지방선거 연기를 검토하기 위해 재외공관에 자료수집을 지시하는 내용으로 돼 있고,별첨2 문서는 최근 문제가 되자 외무부가 각 공관에 변조 지시를 해 별첨1 문서를 선거연기가 아니라 지자제 홍보자료 수집지시인 양 변조해 서울로 보내졌다는 서류다.

권부총재는 『민주적 신념과 투철한 애국심에 불타는 공무원』이라며 제보자인 최외신관을 공개한 뒤 『제2의 이문옥 감사관,제2의 한준수 군수,제2의 이지문 중위로서 정의와 애국심을 가진 국민들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라고 최씨를 치켜 세웠다.그는 이어 문서변조와 관련하여 자신을 조사할 것이 아니라 외무장관을 수사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권부총재 주장대로라면 「신동아」7월호에 변조,유출된 비밀문서로 보도된 바 있는 별첨1 문서가 진짜고 홍보자료수집 지시인 별첨2 문서는 외무부가 추후 조작한 것이 된다.그러나 문제는 민주당이 제시하며 홍보자료수집 지시로 변조,보고케 했다는 별첨2 문서는 이미 외무부가 원본이라며 언론에 공개한 바 있어 「신동아」7월호에도 실려 있는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이다.다시 말해 최씨와 권부총재는 외무부가 뉴질랜드대사관을 비롯,33개 공관에 지난 3월23일 내려 보낸 전문 원본은 변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최씨만이 어디선가 입수한 변조본을 원본이라고 맞바꿔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점에 대해 최씨는 전화인터뷰에서 『지엽적인 일』이라며 확증을 제시하지 못해 그의 「폭로」는 설득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이도운·진경호 기자>
1995-06-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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