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열정 엿보이는 「이만익 회고전」(문화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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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6-07 00:00
입력 1995-06-07 00:00
서양화가 이만익(57)의 그림은 독특하다.단순하면서 리드미컬하고 부드러우면서 강건한 굵은 선들과 선연한 주홍색이 조화를 이루는 그의 그림에는 유구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 한 설화속의 늠름한 주인공들이 힘있게 살아 숨쉬고 착한 마음씨의 사람들이 정겨운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애써 귀퉁이의 서명을 보지 않아도 웬만한 사람들은 그 그림이 이씨의 작품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만익 40년 회고전」(10일까지)은 그의 개성 넘치는 작풍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그것은 끊임없는 작업과 모색,자기 변신을 위한 노력의 값진 대가였던 것이다.

전시장의 한 공간을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의 연필 스케치와 펜화,수채화들로 채웠다.동생과 어머니,사촌의 얼굴은 물론이고 교실에서 내려다본 학교 뒤뜰,서울거리 곳곳의 풍경,하교길에 목격했음직한 전차사고 장면도 놓치지 않고 그렸다.그밖에 밤거리의 풍경이나 기차역 대합실,음악감상실,병참학교 내무반의 동료 등을 그린 스케치도전시돼 있다.하루에 열장의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던 화가의 학창 시절을 보는 듯 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의 작품이 확연한 개성을 찾는 데는 2년간의 프랑스 체류가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표현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띠었던 파리 체류 이전과 그 이후의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전시,그의 변신을 관람자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이전의 그림들은 강렬하지만 쿠르베,코코슈카,루오,피카소의 그림을 답습한 것 같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반면 78년 「호별상면」「청산별곡」같은 작품부터는 확연한 변화가 찾아온다.

그는 서양미술의 중심지인 파리에 가서야 세계적인 작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개성이며 민족적인 것이야말로 자신이 추구해야 할 길이란 값진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오랜 세월을 견뎌온 붉은 칠기의 색상에서 그의 작품의 기조가 되는 주홍색을 발견해 냈고 우리의 오랜 농경문화에서 나지막한 산과 들,논과 밭을 연상케 하는 수평구도의 굵은 선을 이끌어 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말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성급해요.모든 사람이 인정해주는 저의 개성을 찾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과 긴 여정이 필요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열었습니다.제게도 이런 때가 있었다는 것을 미술학도들이 보면 용기도 얻을 거구요』<함혜리 기자>
1995-06-0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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