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황금제대를 찾아라”/모스크바 류슈코프 시장 직접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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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4-25 00:00
입력 1995-04-25 00:00
◎스탈린시대 「대성당」 파괴때 행방불명/높이 26.6m 걸작… 로마교황청 보관설

「황금제대를 찾아라」.스탈린시대 때 행방불명된 러시아 최대의 황금제대를 되찾기 위해 유리 류슈코프 모스크바 시장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현재 미확인 소문으로 이 황금제대를 보관하고 있는 곳은 로마교황청.이 제대 반환을 놓고 교황청과 담판하기 위해 류슈코프 시장이 지난 18일 로마로 달려갔다.

높이가 무려 26.6m인 이 황금제대의 원주인은 재정 러시아 최대의 정교회성당인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흐람 흐리스타 스파시첼랴)」이었다.18 00년대초에 건설된 러시아 최대의 사원으로 이 황금제대도 성당건립초기에 함께 만들어졌다.그러나 이 대성당은 그후 1백여년뒤 스탈린의 공포정치때 완전히 파괴됐다. 모스크바시내 크라포틴스카 거리에 있는 이 성당자리에는 지금 엄청난 규모의 노천수영장이 들어서서 한겨울에도 물을 데워 시민들이 노천수영을 즐기는 명소가 돼있다.

성당을 철거하면서 스탈린은 당시 이 황금제대를 국립박물관인 트레챠코프 미술관에 넘기거나 팔아치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그러나 실제로는 스탈린 자신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영부인에게 팔아넘겼고,그뒤 루스벨트부인이 이 제대를 바티칸에 기증해 지금까지 그곳에 보관 돼있다는 설이 있다.하지만 바티칸측은 이를 부인한다.모스크바 주재 로마교황청 총영사인 이반 주르코비치 신부는 『바티칸에 그같은 황금제대가 보관돼 있다는 증거가 없다.모스크바시로부터 공식으로 반환요청을 받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시가 이 세계적 문화제의 반환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페레스트로이카가 시작되고 구세주대성당의 복원계획을 세우면서부터.종교부활붐이 일어 크고 작은 교회들이 다투어 보수작업을 시작하던 와중이었다.류슈코프 시장이 들어서면서 구세주대성당 복원계획은 최우선 사업의 하나로 선정돼 시내전역에서 모금운동까지 벌였다.이와함께 교회가 폐쇄될 당시 유일하게 이 황금제대와 황금 샹들리에가 파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소재파악에 나섰다.황금 샹들리에는 지난해 가을 모스크바시내의 한 허름한 가옥에서 발견됐다.이후 모스크바시청측은 이 황금제대 찾기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류슈코프시장은 1주일 예정인 이번 바티칸방문 기간동안 교황이라도 직접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기세라고 한다.그러나 우선 보물의 소재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니 쉽게 일이 풀릴지는 의문이다.이 황금제대는 세계적 보물인 크렘린궁내 우스펜스키대성당의 제대보다 3m가 더 높고 더 아름답다고 한다.제대를 들여놓을 때 너무 커서 성당출입문을 모두 뜯어내 넓혔다는「전설」도 있다.하여튼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있어 완벽에 가까운 보물이라는 것이다.

종교는 필요 없다고 교회를 부수던 사람들이 옛것을 다시 찾아나선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러시아 최대의 대성당이 복원돼 세계적 보물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모스크바=이기동 특파원>
1995-04-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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