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의 타계(외언내언)

광대뼈가 살짝 나오고 쪽머리가 어울리는 조선여인.국악인 김소희 선생이 갔다.거국적인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어디 내놓아도 우리를 자신있게 해주던 한분이 이제 세상에 아니 계시게 되었다.허전하다.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고전의 우아함이 있었다.1세대 국악인에게서 느껴지기 쉽지 않던 어떤 것이 있었다.기품같은 것이었다.그런 기품있는 분의 특징은 그들의 예술에서 사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조신하고 나대지 않는 점이 점잖은 집안의 안방마님 같으면서 예술의 순도가 높은 그런 분이다.그점이 마지막 조선여인의 분위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국창 송만갑이 어린 그를 보고 『천년에 하나 날까말까 한 애물』이라고 했다는 말은 생각할수록 감칠맛나는 대목이다.너무 귀하고 소중한 손주를 보면 그 고마움을 경외하면서 『미운것!』으로 감췄던 할머니들의 마음같은 것이 읽혀진다.재능이 다양하고 금도가 뛰어나 함부로 넘볼수 없게 하던 인품이 어린날 벌써 어른들을 그렇게 놀라게 했을 것이다.

한 분야에서 우뚝 솟은 봉우리는 다른 봉우리와 의연하게 함께 서는 일이 매우 잘 어울리는 법이듯,자주 댕기 물린 쪽머리에 함초롬한 옥색 옥양목 치마저고리를 단아하게 갖추고 참석한 그의 모습은 국제성을 띤 어떤 자리에서조차도 오히려 우아하게 빛났었다.이제는 그런 그를 못보게 된 것이 마음아프다.흡사 백자 달항아리같은 그런 기품이 우리에게서는 단절되어가는 느낌이어서 더욱 애석하다.

그가 부르는 춘향가를 들으면 열사람도 더 되는 사람이 각각 완성된 개성으로 들고나는데 그 중에서도 옥중의 춘향대목은 일품이다.처연하고 도도하고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풍긴다.그런가 하면 이몽룡의 사랑가 장면은 짓궂고도 흥겹고 대범하며 사랑 지상주의적이다.

그가 노래하는 모습은 그렇게 점잖고 다양했다.우리를 자랑스럽게 하던 큰사람.그가 산 좋은 인생은 후대의 삶에 많은 공을 끼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