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안도”/부동산 실명제/중기는“울상”
수정 1995-01-10 00:00
입력 1995-01-10 00:00
9일 부동산 실명제의 실체가 드러나자 기업과 부동산 시장은 물론 금융권과 증권시장도 들썩거렸다.
대기업들은 임직원 명의의 법인 땅이라도 장부에 근거가 있으면 과세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영했다.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렵지 않겠느냐』며 당혹스러워 했다.지금까지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 부동산 실명제로 땅값이 내려가면 그만큼 돈을 얻기가 힘들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묻혀 있던 거액자금이 유동자금으로 변해 다른 운용처를 찾아 움직이면 금융권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예금은 늘겠지만 담보 부동산의 가격하락으로 부실채권의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제 2금융권 가운데 고금리의 단기 상품을 취급하는 투자금융사는 부동산 실명제로 예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반기는 반면 상호신용금고 등 신용도가 낮은 예금기관들은 영업환경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금리 경쟁력이 높은 투자금융사들은 벌써부터 거액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고 은행이나 제 2금융권의 여타 기관들은 기존 상품 이외에 금융종합과세에 대비한 절세상품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권은 실명제로 땅값이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보일 경우 그동안 확보해 놓은 부동산 담보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을 크게 걱정했다.
반면 증권 관계자들은 실명제가 증권시장에 큰 활력소가 되는 동시에 한 차례 금융장세를 불러올 요인으로 예상했다.대우증권의 김창희 사장은 『실명제로 결국 차익과세가 유예된 주식이 가장 큰 매력을 지닌 투자대상이 되지 않겠느냐』며 『이제 수급균형과 실물경기만 뒷받침되면 주식시장은 확장일로를 치달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날 주가는 지수 1천포인트대 재진입에는 실패했으나 앞으로의 장세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보험업계는 부동산 매입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를 것으로예상한다.그동안 이들은 필요한 부동산을 싼 가격에 사들이기 위해 대리인을 내세워 타인 명의로 매입한 다음 나중에 정리를 해오는 방식을 써왔다.그러나 앞으로 실명으로 부동산을 구입할 수밖에 없어 지주들이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오는 11일 삼성·현대·대우 등 주요 그룹의 부동산 담당 임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 실명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김현철기자>
1995-01-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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