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와 보답의 정명훈 음악회/서동철기자(객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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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2-31 00:00
입력 1994-12-31 00:00
입장권은 벌써 한주일 전에 매진됐다.그 표를 산 사람들은 연주자가 서곡을 연주하며 지각생을 기다리는 여느 음악회와는 달리 연주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객석에 앉아 주인공을 기다렸다.

29일 저녁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열린 KBS교향악단의 정명훈 초청 특별연주회는 성공이 예정된 음악회였다.청중들은 정명훈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를 격려하기 위해서 모인 것 같았다.사람들은 정명훈이 지휘할 음악에 대해 환호를 보낼 준비를 일찌감치 끝내놓고 있었다.

그것은 애정을 넘어 타오르는 열정이었다.정명훈은 『바스티유오페라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안 성원해 준 고국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이 음악회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날 연주회장의 열기는 정명훈이 오히려 더욱 큰 빚을 진 것 같은 느낌을 갖지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명훈의 고국에 대한 생각도 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것은 이날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났다.정명훈은 네사람의 성악가와 합창단이 필요한 로시니의 1시간짜리 대작 「성모애상(성모애상·스타바트 마테르)」을 선택했다.

사실 이 곡은 「많은 성모애상 가운데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에게 다소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곡이다.정명훈이 아니었다면 국내 교향악단이 순수 음악회로는 국내 초연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 곡으로 청중을 모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정명훈 자신이 우리음악계에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를 바스티유 사태를 겪으며 비로소 깨달았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이 음악회는 연주의 좋고 나쁨을 떠나 성숙해진 정명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자존심 만큼은 세계 정상급인 KBS교향악단도 이날 오랜만에 국내 정상급 기량을 선보였다.오세종이 지휘한 국립합창단도 그 존재의의를 충분히 과시한 날이었다.소프라노 김영미와 정은숙,테너 안형렬,베이스 김요한 네사람의 호흡 불일치가 가끔 보이기도 했지만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서동철기자>
1994-12-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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