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새생명 만남의 밤」… 수혜자 등 4백명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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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2-16 00:00
입력 1994-12-16 00:00
◎“작은 정성이 생명을 구합니다”/1구좌 월회비 1천원… 모금액 4억5천만원 돌파/심장병·초기암 등 올들어서만 150여명 새삶 찾아

『모든 사람이 저를 버린줄 알았어요.어머니도,아버지도 그리고 남편도….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인천중앙길병원(이사장 이길녀)이 13일 하오 인천시 남구 가천인력개발원에서 마련한 「새생명 만남의 밤」.식당 주방일을 하며 보증금 1백만원에 월세 10만원짜리 월세방에 어린 딸과 단 둘이서 살고 있다는 최영미(여·35·인천시 남구 주안동)씨는 주위의 눈길에도 아랑곳 없이 자신의 생명을 살려준 후원자들에게 눈물로 「보은」의 뜻을 표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갑자기 쓰러진 뒤 「지주막하출혈」이라는 진단을 받아 사망 위기에 처했지만 돈이 없어 수술 엄두를 못내다가 「새 생명 찾아주기 운동본부」의 도움으로 지금은 건강한 모습을 되찾게 된 것.

이날 「만남의 밤」에는 주위의 온정으로 건강을 되찾은 환자와 가족,그리고 이들에게 새 생명을 안겨준 후원자,헌신적인 봉사정신으로 인술을 베푼 의료진등 4백여명이 모여 들었다.

지난 92년 『인천에서만은 가난 탓에 생명을 포기하는 환자가 없도록 하자』는 취지로 닻을 올린 「새 생명찾아주기 운동」은 이제 강원도와 전남에서까지 후원회가 결성됐다.

1구좌에 매달 1천원을 기본회비로 하는 모금운동에 인천시민 5천여명을 비롯해 한국심장재단·국제라이온스·강원 늘사랑회·전남 늘사랑공동체·전북 참사랑회등이 속속 참여,모금액이 이미 4억5천만원을 넘어섰다.이 덕분에 올들어서만 심장병·만성신부전증·파킨슨씨병·초기암등을 가진 1백50여명이 새 삶을 얻게 됐다.

이중 20명은 『주위의 큰 도움을 받았으니 무엇이든 베풀어야 한다』며 현재 의지할데 없는 아이나 노인들의 간병에 참여하는등 자원봉사자로 나서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심장병으로 고생하다 이 운동본부의 도움을 받아 건강한 모습을 되찾은 김은정(12·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양은 이날 『이제 마음껏 뛰놀아도 가슴이 아프지 않아요.저를 도와준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늘 생각하면서 살겠어요』라고 울먹여 참석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아무 조건없이 신장 1개를 선뜻 내놓았던 영업용 택시기사 차원기씨(32·인천시 북구 계산동)는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우연히 목격한 뒤 죽어가는 생명을 위해 할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할 수 없어 용기를 냈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박건승기자>
1994-12-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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