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총리도 전혀 몰랐다/「삼성 승용차」 허용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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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2-04 00:00
입력 1994-12-04 00:00
◎상공부,허용논리 만드느라 허둥/“삼성위한 세계화냐” 일부 비판론

삼성의 승용차 시장진출에 관한 정부의 방침이 돌연 「허용」으로 바뀌자 뒷얘기가 무성하다.주무 부처인 상공자원부의 김철수 장관은 일방적으로 통보만 받았다는 후문이고,홍재형 부총리도 정책결정에서 소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용방침이 결정된 것은 지난 주 초로 알려졌다.30일 「무역의 날」 치사에서 산업정책의 발상 전환을 촉구한 대통령의 언급이 있고 난 뒤 상공부 고위 책임자에게 무게가 실린 「대통령 의중」이 전달됐다.김장관은 지난 4월 대통령에게 불허방침을 보고한 이후에는 어떠한 귀띔도 받은 것이 없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상공부 직원들은 『장관의 영이 안 서게 됐다』며 씁쓰레하는 모습들.그동안 『삼성 승용차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말라』는 청와대 쪽의 함구령 때문에 거론조차 못했는데 허용 쪽으로 전격 결론이 나자 『소신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했다』며 이구동성.한 직원은 『그동안의 「허용불가」를 내팽개치고 갑자기 허용논리를 개발하자니 죽을 맛』이라며 고충을 토로.

○…김장관은 청와대 기류가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은 뒤에는 삼성 승용차에 대해 「노 코멘트」로 일관하다 3일에야 입을 열었다.그는 자신에게 쏠린 눈을 의식한 듯 『언론이 사석에서의 얘기를 가지고 자꾸 말씀하시는 모양인데,삼성 승용차에 대해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정부정책을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다』고 궁색한 해명.

○…삼성의 승용차 허용은 세계화를 주창한 대통령의 시드니 구상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당시 비서실 관계자들은 『세계화 구상은 자동차 등 산업정책의 정책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었다.

박운서 상공자원부 차관도 『세계화하자는 마당에 국내시장 진입을 두고 왈가왈부할 계제는 못 된다』고 말해 정부가 산업정책의 최대 난제였던 삼성승용차를 세계화라는 해법으로 풀었음을 시인.일각에서는 「실체도,내용도 분명치 않은」 세계화가 삼성의 승용차 문제를 풀려고 동원한 열쇠가 아니냐는 비판도.

○…그동안 불허입장을 고수해 온 김장관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정부가 허용 쪽으로 급선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 때 상공부에는 장관 경질설이 거론.그러나 박운서 차관은 『대한민국의 대표로 WTO 사무총장 후보로 뛰는 마당에 진퇴문제가 논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일각에선 WTO 사무총장 선출이 연말 이후로 늦춰질 공산이 큰 상황이라 결자해지 차원에서 김장관이 매듭을 푸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후문.<권혁찬기자>
1994-12-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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