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론과 상황논리/김창화 연극 평론가(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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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2-03 00:00
입력 1994-12-03 00:00
운전을 하다보면 비슷한 경우를 당하게 된다.교통법규를 지키면서 운전을 하면 상황에 민감한 새치기운전자들의 횡포에 시달리게 된다.고도성장의 상황논리로 원칙을 무시한 발전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우리는 매일같이 지나다니는 올림픽대로에서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무너져 내린 성수대교와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유령과도 같은 침묵은 우리가 근대에서 현대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숱하게 치러야 했던 거의 모든 단절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더이상 우리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바깥으로 돌릴 수 만은 없게 됐다.우리들 속에서 자라난 기능주의에 대한 맹신과 원칙을 무시한 상황논리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부조리는 아직도 인간관계에 의해 생겨나고 있다.서로간의 반목과 시기,위선적인 행동들은 원칙이 무너진 사회에서 줄만 잘 서면 된다는 식의 상황논리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사회의 보편적 윤리의식은 이러한 상황논리를 거부하는 쪽이다.개인의 감추어진 능력을 계발하고 21세기의 미래사회를 위한 이상적인 주장을 원칙론으로 삼고 있다.그러나 실천없는 주장처럼 상황을 무시한 원칙 또한 있을 수 없는 것이다.그래서 상황에 따라 뒤바뀌는 원칙이 아니라 상황에 입각한 원칙론을 세우고 그것을 지켜 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21세기의 상황논리일 것이다.
1994-12-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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