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지도자회의 「두얼굴」/진경호 정치1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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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2-02 00:00
입력 1994-12-02 00:00
김대중씨의 「아시아·태평양 민주지도자 회의」가 1일 성대하게 그 막을 올렸다.

서울 힐튼호텔 국제회의장을 가득 메운 국내·외 인사 1천5백여명의 모습은 가히 이 행사가 국제적임을 알리기에 충분했다.코라손 아키노 전필리핀대통령이 그와 나란히 단상에 앉아 있는 동안 카터 전미국대통령이 대형화면을 통해 축하인사를 전하는 모습은 그와 그가 이끌고 있는 아·태재단의 「국제성」을 알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김이사장이 얼마나 이 대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폐막일인 3일까지 그가 행사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알듯 싶다.대회장에 들어서던 외국의 귀빈들이 「원더풀」을 외친 것도 회의장 안팎에 깃든 그의 정성 때문이리라.

민간 차원에서는 감히 엄두를 내기가 힘들 정도의 호사스런 외형 속에 회의는 이틀동안 미얀마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민주주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각국에서 몰려든 50여명의 외신기자들은 석학들이 쏟아낼 고견을 본국에 열심히 타전할 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국내 기자들의관심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김이사장과 민주당의 이기택대표가 인사를 나눌 때의 표정에 시선을 모았고 김영삼 대통령이 보낸 축하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먼저 김대통령이 보낸 축하메시지­.『김이사장은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지금은 우리사회 원로의 한분으로서…』­

대회의 성공을 비는 담담한 인사말 가운데 유독 이 대목이 귀에 걸리는 이유는 뭘까.이대표와 김이사장이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놓았던 손을 다시 잡고 포즈를 취해야 했던 이유는 또 뭘까.

「정계은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을 놓고 『김이사장의 정계복귀에 쐐기를 박자는 뜻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이대표와 김이사장이 인사하는 모습을 두고 「12·12투쟁」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이 『이러이러하게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정기국회를 팽개친 민주당 의원들이 이 행사에는 70여명이나 얼굴을 내비쳤다고 비난하는 것도 그저 그렇다고 치자.다만 분명한 것은 2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그의 정계은퇴 선언에는 물음표가 따라 다닌다는 것이다.

외신기자들이 아시아의민주화를 다룰 때 국내 기자들은 김씨를 다룬다.이 대회를 학술행사로 보느냐와 정치행사로 보느냐의 차이다.어느 틈엔가 김씨는 정치권에 바짝 다가서 있는 것으로 비쳤다.
1994-12-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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