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서도 찬밥” 중기 소외감/“임가공 진출” 기대 무산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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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1-16 00:00
입력 1994-11-16 00:00
◎북 초청장 못받아 “발동동”… 대기업과 제휴 모색

『남북경협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초청장이 와야 북한 시장을 조사하든 거래를 시작하든 할 것 아닙니까』

○상대적인 빈곤감

경공업 분야의 임가공 진출에 큰 기대를 걸었던 중소기업인들은 남북경협의 물꼬가 터지면서 오히려 불만의 소리가 높다.삼성·현대·대우 등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방북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의욕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소기업들은 「상대적 빈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북한에 진출할 경우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적절한 분업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단순 임가공 사업은 중소기업들에게 넘겨주고 그 대신 대기업들은 공장 건설 등 투자 쪽으로 옮겨 영역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할분담 바람직”

임가공의 경우에도 중소기업들은 설비와 돈을 대고,대기업은 축적된 노하우를 제공하거나 판로를 개척하는 쪽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대명통상의 이용일 사장(40)은 『북한의 임금 수준이 우리의 30%선에 불과하고 물건도 잘 만든다고 해 북한에 진출하려고 애를 쓰지만 접촉 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모든 사업을 독점하고 있어 남북경협이 본격화돼도 중소기업들이 설 땅은 별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기 공동진출 추진

지난 해 북한과 교역을 시도했다가 경험과 정보 부족으로 실패한 적이 있는 삼도어패럴의 이준용 차장은 『중소기업의 단독 진출보다는 대기업과의 합작이나 몇 개의 중소기업들이 힘을 모아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북한의 싼 임금에 매력을 느끼지만 아직은 투자 위험이 너무 커 북한 진출에 회의적이다.과당경쟁으로 저임의 매력마저도 멀지 않아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기업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수만 많고 투자액이 적은 중소기업들이 크게 반가울 것 같지는 않다.

○중앙회 대책 골몰

삼성물산의 북한팀 남강희 과장은 『북한은 체제유지와 주민통제를 위해 경협 대상 기업을 일정 수 이내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중소기업 10곳보다는 돈 많은 대기업 한 곳을 잡는 편이 이용 가치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협 중앙회도 회원사들의 북한 진출을 도울 수 있는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우길수 과장은 『한국의 중소기업 현황을 북측에 설명하고 중소기업에도 초청장을 보내도록 설득하는 일이 급선무이지만 접촉할 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중앙회측은 중소기업들의 북한 진출을 위해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다.충분한 사전 지식과 사업 타당성에 대한 검토 없이 중소기업들이 북한에 들어갈 경우 고전을 면키 어려울 것이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기대하고 있다.

무협의 여성철 과장은 『남북경협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게 활로가 될 수 있으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오일만기자>
1994-11-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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