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신용사회/박정호(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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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1-12 00:00
입력 1994-11-12 00:00
반면 일본에서는 아직도 크레디트카드가 번성하지는 않은 편이며,소액은 역시 현금지불이 선호되고 있다.그러나 일본에서는 크레디트카드 보다도 더 귀중하게 취급되는 신용의 심볼「고객의 얼굴」이 있다.단골술집에서 손님은 청구액을 보지도 않고 사인을 하고,주인은 바가지 씌우는 일 없이 월말 청구,결제하는 방식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조금 더 발전하면 사인조차 하지않고 손 한번 흔들고 술집을 나서면 그만이다.
어느 전임총리의 단골 술집에서는 그에게 다른 손님의 반값정도 밖에 술값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이유인즉 30년 이상의 단골손님이기 때문이라는 것.
남을 속이면 자신의 신용이 추락하고 이에따라 「나카마 하즈레」(동료에게 따돌림을 받음) 신세가 되면 지역사회에서 발붙일 터전이 없게 된다.일본인들은 이같이 지역사회에서 따돌림 받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의 신용에 흠이 가는 언행은 가급적 절제를 하는 편이다.
미국이 컴퓨터에 의한 평가를 바탕으로한 신용사회라면 일본은 이웃이나 지역사회에 의한 평가가 더욱 중시되는 신용사회라는 인상이다.이제 우리도 전세계 조사대상국 1백67개국중 국가신용도 27위(유러머니지 94년3월 발표)를 보다 상위권으로 올려놓도록 힘을 기울여 나가야 하지 않을까.<일본주재 문화원장>
1994-11-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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