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공법」 자체에 결함 가능성”/사고원인 전문가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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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0-22 00:00
입력 1994-10-22 00:00
◎장기적 강재피로 누적… 용접부위 손상 추정/유지·관리 소홀도 한몫… 부실공사 배제 못해

『성수대교 참사는 다리건설에만 급급할 뿐 보수·관리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고질적 병폐및 관급공사의 맹점때문에 빚어진 인재』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한양대 토목공학과 장동일교수와 현대기술연구소 조의경박사의 사고 원인분석및 진단내용을 알아본다.

이번 사고는 우선 공법 자체의 결함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이 다리가 건설된 70년대말의 시공방식은 기계화시공이 아닌 인력시공이었기 때문에 정밀시공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은 그동안 공공연히 지적돼왔다.여기에 장기적인 다리의 피로 누적이 겹쳐 상판을 떠받치는 트러스(철강재 구조물)의 용접부위가 손상을 받아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성수대교는 15개 한강대교중 10번째로 건설됐으며 구조방식은 「게르버 트러스」공법을 썼다.「거더형」으로 건설된 한강대교나 마포대교가 교각 수가 너무 많아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일자 당시 서울시는 성수대교의 공법을 교각과 교각의 거리가무려 1백20m나 되는 게르버 트러스기법을 택했다.이 공법은 교각간의 거리가 넓기 때문에 구조물이 큰 힘에 견딜수 있도록 철강재를 가장 안정된 형태로 짜지 않으면 안된다.그러나 총 공사비 1백15억원에서 알수 있듯 성수대교는 부재 자체가 매우 빈약하게 처리됐다.여기에 계속 늘어나는 차량통행으로 트러스의 용접부위나 볼트부위등의 이음매가 힘을 받아 균열이나 마모가 일어난 것으로 생각해 볼수 있다.이럴 경우 한 쪽이 무너졌기 때문에 다른 구간도 힘의 평형을 잃으며 무너질 수가 있다.

성수대교는 32t급 차량1대 통행을 기준으로 설계건설한 DB­18로 지어졌다.성수대교는 착공때는 1등교로 설계됐으나 건설 이듬해인 78년에 도로교시방서가 개정되면서 더 무거운 중량을 견딜 수 있는 DB­24를 1등교로 규정하는 바람에 2등교로 분류돼 왔다.한강다리중 성수대교 외에도 성산·양화·마포·원효·한강·한남·영동·천호·잠실대교 등 10여곳이 DB­18로 2등교이다.동작·반포·동호·올림픽대교 등 80년대 이후 완공된 4곳은 DB­24로 설계됐다.

설계하중(DB)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지만 대체로 DB­24가 하루 계획교통량 15만∼20만대 이상,DB­18이 10만∼20만대,DB­13·5가 1천대 정도를 견딜수 있다고 한다.그러나 이같은 교통량 수치는 대형차량 통행의 많고 적음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예를들어 30∼40t 이상 대형차량이 한번 지나가면서 교량파괴에 미치는 영향은 승용차 10만대가 차례로 지나가는 것 보다 더 클수도 있다는 것이다.또 1백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다리라도 60∼70의 하중을 수백만번 반복해서 받게 되면 「피로가 쌓여」 의외로 가벼운 하중에도 쉽게 무너질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부실공사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수 없다.같은 업체가 외국에서 공사할 때는 이런일이 생기지 않는다.현재의 관급공사 시스템은 시공이나 관리면에서 상당한 문제이다.우선 공사 투입 인원이 턱없이 적고 무리한 철야작업으로 안전도가 떨어진다.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참사의 원인은 평소 교량 안전진단및 긴급 보수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찾아야한다.다리 건설때 이미 유지·관리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야 하는데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우리나라가 교량의 유지·관리에 관심을 보인 것은 86년 서울아시안게임 직전이다.이때 서울시내 지상육교를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처음했을 정도이다.

미국은 지난68년 오하이오주와 웨스트버지니아주를 잇는 대교가 무너져 차량 75대가 강속에 빠진 사건이 난뒤 곧바로 모든 교량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안전도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인재를 막고 있다.『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성수대교를 안전도검사 대상에서 제외시켜 관심조차 보이지않은 우리현실과 대조를 이룬다.

영국이 1백년전에 테이강 다리가 붕괴된 뒤 청문회를 열어 철저한 원인규명을 통해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았듯이 우리도 이번 참사의 원인을 반드시 밝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육철수·박건승기자>
1994-10-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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