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 과연 위기인가/이장춘외무부 정책실장 국정신문 기고
수정 1994-09-13 00:00
입력 1994-09-13 00:00
우리의 북한핵 정책을 둘러싸고 일부에서 『한국외교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실제로 그런 것 같은 기미가 보이는 대목도 있기는 하다.그러나 이는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한 인식차의 결과일 뿐,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반론이 제시됐다.외무부 이장춘외교정책기획실장이 12일 국정신문에 발표한 글을 간추려 본다.
김일성의 사망으로 북한이 「애도」하고 있는 사이에 일부 언론들은 한국외교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걱정을 던지고 있다.핵무기개발 계획 이외에 이렇다 할 것이 전혀 없는 북한이 앞으로 살길을 헤메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남한은 단군이래 가장 풍요한 삶을 누리고 문민정치를 구가하면서도 엄살과 안달을 부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평양러시」를 한다고,중국과 북한이 「외교동맹」 관계에 있다고,그리고 남북대화를 기피한다고 한국외교는 과연 고립되는 것인가.
남·북한 관계부터 볼때 북한이 남북대화를 기피하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간헐적으로 개최된 남·북한간의 과거 접촉들은 진정 그것들이 대화라고 할수 있었는가.다음으로 중국과 북한이 「외교동맹」 관계에 있다고 해서 한국외교가 위기를 맞게 된다고 하는 것도 엄살로 보아야 한다.북경과 평양의 특수관계의 여진이 적어도 등시대와 그리고 중국의 체제가 상당히 달라질 때까지 우리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여기에 우리의 대미,대일관계를 살펴보면 더이상 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특히 한미관계의 현주소와 미래의 방향도 너무나 확실하다.서울과 워싱턴간의 외교접촉면에서 보면 클린턴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하였고 김영삼대통령은 같은 해 11월 워싱턴을 답방하였으며 양국 정상들은 지난 1년반 동안 여덟번의 전화통화를 가졌다.양국외무장관들도 9·7회담을 포함,같은 기간동안 모두 아홉번의 회담을 개최하였다.미국을 상대로 하는 외교치고 이 이상 더 활발할 수 있겠는가.
북한핵 문제는 그 성격상 완전히 풀어지기가 참으로어려운 과제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그 이유는 이 문제를 북한이 그 정권유지를 위한 사생결단의 공갈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고 현행 국제 핵안전조치 제도에는 한계가 있으며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물리적 힘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난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한미 양국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양국간의 9·7 워싱턴 외무장관회담 결과는 투명하게 양국의 공동입장을 확인하고 있다.이 공동입장에 따라 8·12 제네바 합의를 이행해나가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행의 선후관계를 둘러싸고 조그마한 곡절들이 있으리라는 것이 예견된다.
다만 우리는 북핵문제 해결책의 일환으로서 거론되고 있는 경수로 문제에 관한한,북한의 과거 핵활동에 관한 투명성과 비핵화가 완전히 확인되기 전에는 어떠한 재정적 부담도 질수 없다는 확고한 방침을 일관되게 견지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통일과 소련의 몰락및 중국의 변신으로 입은 충격 속에서 격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던 북한이 김일성을 잃게됨에 따라 진정한 위기에 직면한 것은 서울이 아니라 평양인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이미 엄청난 국력의 차이와 국제적 지위의 격차를 향유하고 있는 남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알고 자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김일성의 죽음으로 한반도에서 한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때에 외교위기설로 과장을 부려 심각하게 만들기 보다는 내부의 힘을 더욱 기르기 위한 채비를 차리는데 우리 모두가 기여해야 할 것이다.<정리=양승현기자>
1994-09-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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