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과소비 안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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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9-02 00:00
입력 1994-09-02 00:00
올해에는 경기활성화와 맞물려 소비성향이 늘어나는 추세속에서 추석명절을 맞게 됨에 따라 물가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는 느낌이 든다.아울러 이미 우리 사회에 나타나기 시작한 과소비풍조가 행여 치유하기 힘든 망국병으로 만연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의 마음을 쉽게 떨칠 수 없다.

정부에서도 이같이 현실경제에서 어렵잖게 볼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상황인식에 따라 「추석선물 안주고 안받기 대책」을 마련했다.김영삼대통령도 지난번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추석은 명절의 뜻을 살리되 지나친 선물교환 등으로 과소비가 재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공직자들이 검소한 분위기 확산에 앞장설 것을 강조했다.

과소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은 이에 뒤따르는 경제사회적 해악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근로·저축의욕을 떨어뜨리고 투기와 인플레 기대심리를 부추기며 무역수지적자를 크게 늘려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여지없이 갉아먹는 것이다.

특히 수출증대를 위한 대외지향의 전략추진이 대명제인우리 경제구조를 고려할때 소비재 수입급증으로 무역적자가 커지는 현상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으며 이에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한다.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들어 7개월동안의 소비재수입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1% 늘어난 59억달러에 이르렀으며 특히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의류 화장품 담배 등의 수입이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우리가 더욱 한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재벌그룹계열의 종합상사들이 값비싼 외제품수입에 나섬으로써 과소비를 부추기는 사실이다.대기업들이 그들 생산제품의 내수가격을 낮춤에 따라 줄어드는 경영이익을 외제품의 폭리판매로 보전하려 한다면 물가안정에도 도움이 안되는 것은 물론 산업구조 고도화에 역행하는 일로서 결국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그르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업들이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경영합리화 노력으로 외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거나 오히려 품질과 가격면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해주길 당부하고 싶다.경기호전으로 소비재뿐 아니라 시설투자를 위한 자본재수입도 늘어나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이는 우리 산업생산활동의 대외종속도가 높음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민·관 합심으로 각종 자본재의 국산화시기를 앞당겨서 국제경쟁력 강화를 실현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이와함께 우리는 근로자중심의 가계부문도 될 수 있는한 소비를 줄이는 검소한 생활을 통해 임금과 물가안정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데 기여해야함을 강조하는 바이다.더욱이 조상을 모시는 추석명절이 흥청거리는 과소비의 향연으로 전락한대서야 말이 안된다.
1994-09-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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