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압력·남북협상 동시 추진/북억류자 송환 정부의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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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8-05 00:00
입력 1994-08-05 00:00
◎미·중에 인도주의 차원 공조 요청/경원·미전향수와의 교환도 고려

정부는 국제사면위원회에 의해 북한의 정치범 현황 일부가 드러난뒤 3단계의 대책을 수립해왔다.4일 열린 북한억류자 대책 관계장관 회의에서는 정부가 이 문제에 있어 두번째 단계까지 시동을 걸어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첫단계 방안은 민간이나 개인차원에서 국내외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지금까지는 납북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주로 이 방안에 주력해 왔다.

두번째는 정부가 적극 나서서 국제공조를 갖추고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이다.셋째는 정치범의 송환이 실현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추구하는 단계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 1일 납북자들의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내각에 지시한뒤 정부가 3단계 대책을 구상한 것은 북한에 대한 자극을 되도록 줄이면서 뜻한 바를 이루어보자는 생각으로 이해된다.우선 민간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이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정부가 본격 개입한다는 수순인 셈이다.그동안 정부의 간여정도와 시기를 놓고 부처 사이에 미묘한 견해차도 있었다.외무부는 민간차원의 노력을 상당기간 더 진행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외교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남북한 당사자의 결단이 문제를 풀 것이라고 남북대화를 중시하는 인상을 주었다.이에 대해 통일원은 북한이 스스로 납북자를 풀어줄리 만무하므로 국제공조를 통한 외교압력이 가장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관계장관 회의에서도 이러한 논쟁은 확실히 교통정리 되지 못했다.외교노력,남북대화라는 두 축을 모두 추구하고 민간 차원의 노력과 병행해 정부도 지원활동을 벌이되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는 구체적 시점은 확정하지 않았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인도주의에 충실하기로 했지만 남북관계의 경색이나 북한핵문제 해결에 나쁜 영향을 주는 상황도 피해야 겠다는 정부의 고민이 깔려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날 회의에서 고상문씨는 물론 납북된 KAL기 승무원·어민등의 송환까지 공식거론한 것은 의미가 있다.아무리 시간이 흘러 납북이 기정사실화 되었더라도 그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납북자를 이산가족문제와 동일선상에서 다루겠다는 언급도 주목된다.북한의 인권문제가 주요 의제의 하나로 공식화되면서 앞으로 남북대화의 기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 따라 국제사회를 향한 정부의 발걸음이 공개적은 아니겠지만 빨라질 것에 틀림 없다.또 남북 당사자 사이에서도 8·15경축사 혹은 적십자회담의 재개 제의등을 통해 북한에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독일방식을 준용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3단계 대책이 필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유엔및 미국등 국제사회,특히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도록 공조분위기를 조성하면 북한도 내심 불편할 것이다.그때 경제원조라든지 미전향장기수와의 교환조건등을 내걸고 북한과 납북자 송환협상을 벌이는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목희기자>
1994-08-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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