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비다” 농민들 어깨춤/남부 단비 오던날
수정 1994-07-27 00:00
입력 1994-07-27 00:00
태풍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모처럼 단비가 내려 메마른 대지에 목을 축였다.다른 지역도 약간 바람이 불긴 했지만 짜증나는 찜통더위를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울산시·군과 양산지방에는 이날 상오 2시부터 강한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하오 2시 현재 평균 70여㎜의 흡족한 비가 내려 타들어가던 벼와 밭작물이 완전 해갈.가뭄피해가 극심했던 울산시 남구 두왕동 갈현마을 주민들은 새벽부터 논에 나가 물을 대면서 즐거운 콧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며 청량면 오대마을 농민들도 가뭄으로 말라있던 수로를 준설하고 논둑을 높였다.양산군 원동면 박형렬면장(53)은 『잠결에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고 놀라 깨어나자마자 우산도 없이 동네를 한바퀴 돌며 농민들과 즐거워 했다』며 안도의 한숨.<울산=이용호기자>
○울산·양산등 동부지역에 50∼80㎜이상의 비가 내리자 가뭄피해가 심한 서부지역주민들은 『이럴 수가…』하며 말을 잇지 못한채 허탈해 하는 모습.특히 진양·사천·산청 지역주민들은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자 『하늘도 무심하다』며 탄식.<창원=이정정기자>
○…대구·경북지역에도 이날 상오 7시쯤부터 비가 내려 동남부지역 대부분의 밭작물이 해갈됐고 영천군 화북면과 경주군 양남면에는 하오 3시 현재 각각 1백㎜와 95㎜의 많은 비로 논가뭄도 해소.오랜 가뭄뒤에 단비가 내리자 농민들은 논물을 댄 뒤 그동안 물꼬 싸움으로 어색했던 이웃간의 감정도 풀겸 논가장자리에서 비를 맞아가며 곳곳에서 막걸리 파티를 열고 모처럼 함박 웃음.
○…무더위로 조업단축이 이뤄졌던 성서·대구염색공단도 이날 아침부터 밀린 주문량을 채우기 위해 생산라인을 모두 가동하는 등 모처럼 크게 활기.<대구=남윤호기자>
○…이날 하오4시쯤부터 30여분동안 함평·무안·장흥·완도등 전남도내 서남부지역 14개 시·군에 함평읍 37㎜를 최고로 10∼30㎜의 소나기성 단비가 내리자 들에서 양수작업을 벌이던 농민들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도랑등에 모인 물을 논밭으로 끌어들이느라 부산한 움직임.
이날 25㎜의 비가 내린 완도군 금일읍 주민 이정백씨(56)는 『계속된 가뭄으로 1천평의 과수원에 심은 유자나무가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한 채 말라죽어가고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이 정도라도 내린 것이 밭작물에는 크게 도움이 될 것같다』며 즐거워했다.
이들지역 주민들은 흡족한 양은 아니지만 모처럼 내린 비를 맞으며 농작물을 둘러보며 비가 더 내리기를 기대했으나 20∼30여분만에 그치자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광주=최치봉기자>
1994-07-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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