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입찰 또 「들러리」 논쟁
기자
수정 1994-07-15 00:00
입력 1994-07-15 00:00
한비의 재입찰은 속임수가 난무하는 「도박판」인가,게임의 원칙이 적용되는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인가.
2차 입찰에도 불참한 동부가 다시 들러리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재계는 삼성의 한비 인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부는 대림산업과 금강의 참여를 명백한 「들러리」라고 단정한다.1차 입찰 때까지 검토도 않다가 느닷없이 뛰어든 것은 삼성과의 「사전 담합」을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재입찰에 참여,한비 주식을 사들인다 해도 34.6%의 지분으로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이 갑자기 입찰에 끼어들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34.6%의 지분으로는 삼성(31.4%)이나 동부(30.8%)와 합종연형을 해야만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형식적으로 예정가에 근접한 가격을 써내 입찰을 성립시킴으로써 삼성이 낙찰받도록 도와주는 들러리 역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삼성과 대림산업 및 금강의 관계도 의심쩍어한다.대림산업의 최대 주주는 7.8%를 지닌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이며 두번째 대주주는 5.3%를 보유한 삼성생명이다.삼성과 대림산업이 서로 부탁할만한 관계로 볼 수 있다.물론 양사는 「터무니 없다」고 펄쩍 뛴다.삼성생명은 기관투자가이므로 그 지분은 경영권과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동부는 유리와 건자재를 만드는 (주)금강과 선박용 도료를 생산하는 고려화학도 삼성에 납품하는 관계라고 말한다.동부는 담합이 아니라면 누가 1천억 이상을 내고 매출액 2천억원의 한비를 인수하겠느냐고 반문한다.삼성은 「실지 회복」의 명분이 있고 동부는 한비와의 수직적 통합을 전제로 인수에 기를 쓰지만 다른 기업은 전혀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보다 한수 더 뜨는 설도 있다.현대의 해금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일조를 했고,현대가 이에 보답하기 위해 계열사는 아니지만 인연이 얽힌 금강을 대신 내보냈다는 것이다.
대림산업이 끼어든 것은 럭키금성이 관여했다는 설도 있다.대림과사돈관계인 럭키금성그룹이 이준용 회장을 움직여 삼성의 독주를 저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진실은 분명하지 않다.그러나 관련 회사들이 들러리라는 심증은 뚜렷하다.확증이 없을 뿐이다.더욱이 13일 입찰신청서를 받아가고도 신청을 포기한 두어 개의 기업들도 사업상 또는 그 경영자들이 모두 삼성과 깊은 인연을 지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분명한 것은 낙찰자가 15일 하오에 결정된다는 사실이다.삼성이 인수하면 들러리 시비가 재연될 것이고,제 3자에게 돌아가면 들러리 시비는 없어도 무주공산이 돼 정부의 민영화 취지는 무색해질 것이 뻔하다.
결국 연합철강의 경우처럼 대주주끼리 티격태격하며 기업만 멍드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연합철강은 지난 86년 동국제강이 인수했으나 지분이 52%밖에 안 돼 37%를 보유한 창업자 권철현씨와 경영에 관해 사사건건 다투고 있다.이때문에 수년간 계속 추진한 증자가 계속 실패,시설 투자를 못하고 있다.<백문일기자>
1994-07-15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