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1세대」 향배가 최대변수/북권력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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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7-10 00:00
입력 1994-07-10 00:00
◎일단은 「김정일체제」 유지/식량·에너지난 지속땐 「봉기」 가능성

분단 반세기 동안 한반도 북반부를 통치하던 절대 권력자 김일성 북한 주석이 갑자기 사망함으로써 한반도의 대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그의 사망이 단순히 북한의 정치권력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정도를 넘어 남북관계나 통일문제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가 북한의 권력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그의 퇴장으로 인한 파장도 현재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심대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김의 사망에 따른 북한 권력의 진공상태는 「일단」 그의 아들인 김정일이 메울 것이 확실시된다.김일성이 지난 70년대 초반부터 자신의 사후에 대비,부자 세습체제를 위한 갖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다.

노동당 총괄비서를 비롯해 당중앙위 정치위원 등 당요직과 원수,최고사령관,국방위원장 등 북한권력을 지탱하는 군부 요직을 독차지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김일성의 사전조치가 김정일의 정치적 장래를 확고히 보장하는 「보험」은 어차피 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더욱이 김정일이 일단 원활한 권력승계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북한체제의 안전판이 확실히 구축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왜냐하면 핵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전세계의 줄다리기에서 보듯이 김정일의 운명이나 북한정권의 장래도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사의 큰 흐름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정권은 김일성이 생전에 실토했듯이 대내외적인 「엄혹한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북한의 곤경은 하루에 두끼먹기 운동이 벌어질 만큼 극심한 경제난과 핵문제로 인한 대외적 고립상황으로 요약된다.

이같은 정황을 염두에 둔다면 김정일 후계체제의 성공의 열쇠는 군부와 당정의 지원과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경제의 회생여부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전자는 단기적인 요인이다.김일성부자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북한 군부내에 김정일 친위세력을 부식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인민무력부장인 오진우 등 이른바 혁명1세대 등 김일성 직계세력 이외에 김용순·김기남·오극렬·장성택 등 이른바 혁명2세대로 불리는 김정일의 측근인사들을 당정 요직과 군부에 포진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일성이라는 후광이 사라진 마당에 아직도 북한체제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혁명1세대들이 김정일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을 바칠지는 그야말로 미지수다.김일성과는 달리 군경력이나 그럴싸하게 내세울 만한 이력이나 카리스마가 없는 「충동적 성격」의 김정일에게 위기관리 능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경제문제는 북한체제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보다 구조적 요인이다.북한은 연4년째 계속된 마이너스 경제성장으로 식량·에너지난에다 기본적인 생필품난으로 말기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최소한 중국식 부분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나 북한이 체제동요를 감수하고라도 이를 감행할 수 있느냐는 의문인 것이다.

때문에 김정일이 권력승계를 하든,다른 「대안」이 나타나든 이같은 당면한 경제적 곤경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북한권력은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일성 이후 북한정권에 대한 도전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 등 당면한 대내외적 위기를 끝내 극복하지 못할 경우 당권투쟁이나 군부쿠데타 등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일부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권력하부 구조에서의 대중봉기라는 보다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는 형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김일성의 돌연사로 조성된 현재의 불안정한 한반도 상황이 통일을 대망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는 사실이다.<구본영기자>
1994-07-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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