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 닮아가는 청소년/박영(굄돌)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4-06-15 00:00
입력 1994-06-15 00:00
압구정동이나 대학로등지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젊은이들의 패션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뭔가 좀 찜찜하다.업무상의 일로 자주 도쿄를 드나드는데 그곳의 신주쿠나 하라주쿠에서 볼수 있는 젊은이들의 차림새와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다.아니 똑 같다.구두·옷·장신구·모자등등.

그뿐 아니다.카페·음식점·커피점등의 인테리어도 도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가게의 이름까지도 비슷한 것이 많다.레코드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일본노래를 들을 때도 있다.TV쇼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젊은 가수들의 패션·율동·음색·곡조도 흡사하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일본인 친구들이 이런 현상을 목격하고 빙긋이 웃을때 참 기분이 나쁘다.그 웃음의 내용이 어떠한지 대략 짐작가기 때문이다.

일본문화의 한국상륙에 대해서 요즘 논란이 있는데 논란 이전의 현실적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왜냐하면 이제 도쿄와 서울은 1일 생활권내에 있기 때문이다.현실을 우선 직시하고 현실 자체를 받아들인 다음 이런 현실의 앞날을 용의주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찬성·반대의 흑백논리가 불가하다는 생각이다.

10대의 일본인 젊은이 10명과 한국인 젊은이 10명을 섞어서 세워놓고 한국인 젊은이 10명을 골라내라고 하면 정확히 집어 낼수 있을까? 아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그들 20명의 눈빛·표정·느낌·체격·옷차람 다비슷하기 때문이다.물론 50대의 일본인과 한국인을 20명 세워놓고 분류해 내라고 하면 간단히 구별이 될 것이지만.50대의 그들이 살아온 세월이 그 얼굴과 체취에 묻어나고 있을터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1990년대의 일본과 한국 젊은이들에게는 50대 이상의 그들이 살아온 세월과는 전혀 다른 시간들만 기억 돼 있지 않은가.이렇게 우리는 가까이 있는 일본에서 지난 세월속의 역사때문에 먼 일본이라는 의식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정치·경제·사회적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마음이 복잡해진다.역시 일본은 가깝고도 먼 이웃인 것일까.<소설가·극단 띠오빼빼대표>
1994-06-15 1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