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씨의 워싱턴 발언(사설)
수정 1994-05-15 00:00
입력 1994-05-15 00:00
보도에 따르면 김이사장은 미국이 아시아 특히 북한관계정책을 추진할때 그들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충고하면서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 주석 김일성의 미국방문초청을 위해 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그는 또한 최근 김일성이 미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한 이 기회를 미국은 놓치지 말라는 말과 아울러 특사로는 카터 전대통령이 적임이라는 견해까지 밝혔다.
북한의 기조는 우리정부를 따돌리고 미국과 직접협상을 하자는 것이다.그런데 김이사장 말대로 미국의 전직대통령이 특사로 가고 미국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주석의 위신과 북한의 위상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반면에 대한민국정부와 대통령의 체면은 어떻게 되겠는가.우리의 운명과 이해가 걸린 북핵문제와 통일문제에 당사자인우리는 제외된 채 우리의 어깨너머로 미국과 북한이 거래하는 결과가 안된다는 보장이 없다.과거 미군철수정책을 추진하다가 변경한 일이 있는 전직 미국대통령이 특사로 가서 남북한문제를 논의케 하는 것은 외세를 끌어들이는 것이 되며 상황만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김이사장이 핵문제해결과 통일을 위한 충정에서 이런 말을 했을 것으로 믿고 싶지만 그런 좋은 취지가 살려면 최소한 남북한 양쪽의 체면을 존중해야 하고 대한민국정부와의 사전협의나 양해라는 부대조건을 분명히 밝힌다든지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전에 김일성이 장난비슷하게 미국에 가서 사냥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 일이 있었던터라 김이사장이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하니 꼭 김주석의 편을 드는것 같은 인상을 줄 수가 있다.또한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라는 얘기는 곧 북한의 요구를 가능하면 수용해주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쉽다.이와같은 이야기는 핵개발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남북대화마저 중단된 지금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을 것이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그같은 방안이 있으면 미리 정부에 검토나 추진을 촉구하든지 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지 미국을 방문하는 지도자들마다 사견을 제시하면 혼란만 주게 될 것이다.실현 가능성은 없다 하더라도 우리 대통령의 입장에서나 이야기할 수 있는 정책적내용을 과거 대통령후보가 외국에서 제기한 것은 현직 대통령한테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국론분열을 일으킬 말은 삼가는 것이 지도자들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본다.
1994-05-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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