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 주도권 기획원이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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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5-04 00:00
입력 1994-05-04 00:00
경제정책의 중심이 과천청사로 「확실하게」옮겨졌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김영삼대통령이 참석하는 신경제 추진회의는 청와대 경제비서실이 거의 주관했다.그러나 지난 달 27일의 회의는 경제기획원이 독자적으로 준비했다.종전에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보고하고 자료명칭까지 일일이 지시받던 것과 다르다.
장소도 청와대가 아닌 과천청사로 바뀌었다.앞으로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신경제 회의가 매달 과천에서 열린다(분기별 첫 회의만 청와대 개최).신경제의 주도권이 청와대에서 기획원을 비롯한 경제부처로 돌아온 것을 뜻한다.
정재석부총리의 행보도 갑자기 빨라졌다.올들어 서너달 동안 줄곧 침묵을 지키던 그가 5월 들어 TV방송에 잇달아 출연하는 등 화려하게 「언론 나들이」를 시작했다.2일에는 대통령 독대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자청,21세기의 한국 경제의 바람직한 모습과 전략을 담은 경제국제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경제국제화 기획단의 설치는기획원이 명실공히 경제정책의 산실임을 천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변화는 정부총리와 한리헌차관간의 콤비플레이의 소산이다.정부총리는 그동안의 대통령 주례독대를 통해,한차관은 김대통령의 후보시절 경제보좌역이었다는 여권내 실세의 입지를 적절히 활용해 기획원의 위상강화라는 공동작품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차관의 약진은 괄목할 만 하다.관례를 깨고 신경제 회의에서 대통령에게 경제현안을 직접 보고했으며,신설되는 경제국제화 기획단의 단장도 맡았다.
개발경제 시대의 기획원의 영광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월간 경제동향 보고회의와 기획원이 주도하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뒷받침으로 가능했다.때문에 신경제 회의의 월례 유치와 경제국제화 기획단의 신설로 기획원의 화려한 옛 위상이 복원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최근 김대통령이 잇단 회의에서 『정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 팀웍을 살리라』고 당부한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러나 과천으로의 급격한 중심이동은 상대적으로 청와대 경제비서실의 입지를 좁힌다.자칫하다간 기획원의 독주가 우려되기도 한다.다른 경제부처들은 기획원이 부처간의 이해가 얽힌 정책의 효율적인 조정보다는 자신들의 위상강화에만 신경을 쓴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한 관계자는 『경제정책이 부처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이제는 기획원이 맏형 부처로서 산적한 현안에 대한 조정기능을 확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정종석기자>
1994-05-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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