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률 높이는 길부터 먼저 열어야(박갑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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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4-13 00:00
입력 1994-04-13 00:00
사람들은 일단 형성된 관념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한다.특히 어려서 입력된 경우가 더 그렇다.한국사람들의 묘지에 대한 관념도 그것이다.죽으면 훼손되지 않은 시신인 채로 땅에 묻혀야 한다고 생각한다.유교의 가르침이건 아니건 간에 한국사람이면 대체로 지니는 고정관념이다.

인총 적을 때야 이게 말지분에 오를 까닭이 없었다.하지만 불어나는 인구 따라 묻힐 곳의 문제도 심각해진다.국토는 한정되어 있는데 해마다 여의도 넓이의 땅이 묘지화해 간다는게 아니던가.더구나 1천1백만명에 이른 서울의 경우 하루 사망자가 평균 1백4명(93서울통계연보)이나 되니 감당해 내기가 벅차다.서울사람들의 묘지로 되고 있는 경기도는 언젠가 온통 봉분도로 되는것 아닌가 싶어지기도 한다.

자신의 유골재를 공원의 꽃밭에 뿌려달라면서 죽는다는 외국사람들 얘기를 듣는다.꽃나무 뿌리를 걸우면서 꽃으로 환생하고자 하는 생각이 아름답다.화장이 일반화한 일본에서는 유골재를 산과 바다에 뿌리는 자연장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그 바람은 중국으로까지 번져나 최근뼛가루 뿌려주기 장례업이 생기면서 차츰 호응도를 넓혀 간다는 것이다.그들이 내건 구호는『무덤으로부터 자유를』.무덤에 갇혀있기보다는 가루로 돼서라도 대기를 마음껏 호흡하자는 뜻 같아뵌다.그래.육신의 오유화란 점에서는 이러나 저러나 같은것 아니겠는가.

묻힐곳의 문제가 아무리 심각해져도 화장을 「두번죽음」으로 생각하는 한국사람들의 관념은 화장률을 18.4%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일본(97%)·태국(90%)등에 비할게 못된다.화장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때 3년후면 국토의 1%를 차지하게 된다는 묘지면적은 점점더 넓어져만 갈것이다.이런 시점에서 당국은 겉도는 묘지법개정만을 놓고 고심할 일이 아니다.어떻게 국민들의 고정관념을 화장으로 유도해 갈것인가에 대한 연구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그것이 곧 근본을 생각하는일(무본)이다.『근본을 파악하면 방법이 생긴다』(「논어」학이편)지 않았던가.

말로 화장을 권한다 해서 될일은 아니다.화장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은 번듯하고 어엿한 납골당이 일으켜 줄수 있다.설사 유골재를 자연에 뿌릴만큼은 안되었다 해도 납골당만 믿을수 있는 것으로 편리하고 친절하게 운영된다면 불편하기 이를데 없는 것으로 되고 있는 묘지를 포기할 사람은 뜻밖에 많아질 것이다.으스스해서 가기 싫어지는 곳이 아닌,공원 못지않은 납골당을 나라에서 나서서 지어볼 일이다.그렇게 웅덩이를 파고서 개구리 뛰어들기를 한번 기다려 보자는 말이다.
1994-04-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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