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자기혁신” 노력 1년/김현철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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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3-20 00:00
입력 1994-03-20 00:00
지난해 이맘때 재계는 앞다퉈 기업 스스로 자기혁신 노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최대 현안인 경제력 집중문제를 해결하고 소유분산에 노력하겠다고 했다.1년이 지난 현재 그런 노력의 결실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지금은 국가경쟁력의 강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면 정부는 무엇이든 기업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입장이다.이의 일환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던 행정규제를 풀고,비용부담을 가중시키던 금리를 낮추려고 애쓰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한가지 짚어볼 대목이 있다.경쟁력 강화의 요체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흔히 국가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에서 나온다고 한다.맞는 말이다.이를 뒤집으면 기업이 스스로 역량을 키워야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는 말과도 같다.

신정부 출범 이후 1년간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성장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정부가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모든 요인을 제거하려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기업은 어떠한가.우리 기업이 내실이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덩치는 크지만 속이 하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평균 부채비율이 4백% 이상인,바꿔 말해 자기자본 비율이 25% 미만인 재무구조로 운영되는 우리 기업은 자본의 한계효율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방만한 경영을 투자라고 강변하는 측면이 있다.

혹자는 요즘 상황이 기업 스스로 경쟁력 강화에 힘쓰기보다는 주변의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정부에 무조건 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비판한다.전문화를 통해 경영구조를 건실하게 하려는 노력보다는 공기업 민영화 등을 둘러싼 신규 사업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다.하지만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과거처럼 무조건 벌여놓고 보자는 식의 경영은 이제 지양할 때가 됐다.경쟁력 강화의 핵심이 기업의 과감한 체질개선에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1994-03-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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