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겉으론 “태연” 속으론 “초조”/상문고「돈봉투파문」과 여야
수정 1994-03-18 00:00
입력 1994-03-18 00:00
정치권이 상문고 비리사건으로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표면적으로는 여야 모두 상문고 사태를 학내비리로 치부하며 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등 여유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다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의외의 사실이 터져나오지 않을까 내심 초조해하는 눈치다.
○…민자당은 돈을 돌려주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상문고측의 로비대상이 이철·장영달의원등 야당의원이었다는 사실에 일차적으로 안도.
그러나 이날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의 주요의제가 이 문제였다는 데서 드러나듯이 당사는 상문고사태로 뒤숭숭한 분위기.
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도려내야 할 사학의 병균』(김종필대표),『교육개혁의 전기』(이세기정책위의장),『사학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상처』(서청원정무장관)등으로 평가했으나 정치권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
한편 문제의 VIP명단에 올라있는 당사자들은 너나 할것없이 펄쩍 뛰면서 관련가능성을 극구부인.
이모의원은 『내 평생 강남쪽에 산 적도 없고 하나뿐인 아들도 상문고 문앞에 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내 이름이 명단에 올라갔는지 모르겠다』고 어이 없다는 반응.
또 외유중인 김모의원의 측근은 『김의원의 두 아들이 모두 다른 학교를 다녔고 지난 92년 상문고측에서 도와달라는 얘기를 해 교육하는 사람이 그러면 쓰느냐고 꾸짖은 적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
○…민주당은 이철·장영달의원이 재단측의 돈봉투를 되돌려준데 대해 안도하는 표정.
이기택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학비리의 발본색원 대책과 철저한 수사를 역설했고 조순형국회교육위원장도 당사로 나와 국회에 계류중인 사립학교법의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다짐.
박지원대변인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계 비리가 개혁차원에서 정리되길 바란다』면서 상문고의 돈봉투문제가 정치권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교육계의 명예와 국회의 명예를 위해 반드시 이번만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
그러나 재단측의 「VIP명단」에 중진을 포함한 소속의원 4명이 포함되어 있는데다 이의원이 이날 돈봉투사건을 폭로하면서 「정치권의 잘아는 사람」 두세명이 상문고를 도와달라고 한 사실을 새롭게 밝혀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는 눈치.
한편 상문고 학부모거나 특별관리대상으로 알려진 L·Y·K·P의원등은 『차남이 상문고 재학중이라는 사실말고는 아는 바가 없으며 학교에는 한 번도 간적이 없다』,『상문고와 발음이 비슷한 학교에 아들이 다닌 적이 있어 헛소문이 난 것 아니냐』는등 어이없다는 표정.<최병렬·한종태기자>
◎이철의원이 밝힌 로비 전말/자료 요구하자 돈봉투로 무마 시도/상문고재단의 식사제의 수차레 거절/직원에 반강제로 돈맡겨… 뒤에 돌려줘
민주당의 이철의원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사학의 대부분이 영업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교육문제는 모든 국민의 관심사안이므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문고의 로비사실을 설명해달라.
▲상문고는 재단비리·부당해직·골프장 불법운영등으로 그동안 서너차례 국회에서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학교측은 대부분 별도 제출하겠다면서 제출하지 않았다.그뒤 재단관계자들이 여러차례 내 사무실을 찾아와 식사나 하자고 했지만 거부했다.그러다 89년 여름인가 정치권의 잘 아는 사람이 저녁을 먹자고 해 신사동의 한 음식점에 나갔더니 재단관계자 3∼4명이 함께 있었다.몹시 불쾌했다.식사가 끝난뒤 돈봉투를 주려해 완강히 뿌리쳤다.그 뒤에도 사무실로 두어차례 찾아왔지만 계속 거부하니까 직원에게 반강제적으로 주고갔으며 이를 안 즉시 전신환으로 송금시켰다.이것이 돈봉투파문의 전말이다.
그때도 상문고 비리가 심했나.
▲부당한 학생징계및 교사해직,보충수업비의 과다책정,골프장의 불법영업등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사항이었고 국회에서도 이런 것들을 지적했다.요즘 터져나온 성적조작과 외화반출의혹은 지적하지 않은 것 같다.그러나 그때 문교부와 서울교육청측의 비호나 방치가 있었던 것 같고 안기부등 권력기관의 두둔 의혹 때문에 더이상 부정을 파헤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정치권의 잘 아는 사람이라면….
▲재단측의 비호세력이라는 의혹 때문에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으나 선의로 재단관계자를 도우려는 뜻일 수도 있고 공연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신원을 밝힐 수 없다.또 다른 한두분도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다.
다른 사학의 비리는.
▲상문고말고도 12대 때 광주 조선대,상지대,경주관광전문대,여주상고,의정부복지고등의 재단운영 유형이 상문고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특히 상지대와 경주관광대는 재단이사장(김문기전의원및 김일윤전의원을 지칭)이 그때 문공위소속이어서 자료제출요구에 거의 응하지 않았다.상지대 재단이사장인 김문기전의원은 노골적으로 자료제출을 거부했다.신민당의 선배의원등이 정중히 부탁하는 것도 거절했다.또다른 중진(지금은 정치권에 없다고 부연)이 시내 올림피아호텔에서 만나자고 해서 나갔더니 재단의 안모이사장이 다짜고짜 돈봉투(수표)를 주머니에 찔러줬으나 커피숍이라 실랑이하기 어려워 일단 받은뒤 나중에 돌려보냈다.그 뒤에도 더 많은 금액(현금)을 집으로 가져왔으나 역시 돌려줬다.<한종태기자>
1994-03-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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