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회장 비자금·인사비리 추적 역점/검찰,농협수사 어떻게 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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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3-09 00:00
입력 1994-03-09 00:00
검찰의 농협비리수사는 한호선회장구속 이후 답보상태를 보이다 8일 비자금 횡령액을 추가로 밝혀낸데 이어 인사비리등이 새로 포착되면서 다소 활기를 띠고 있다.
검찰은 당초 이번 사건의 초점을 ▲비자금 조성및 횡령 ▲공사발주를 둘러싼 커미션수수 ▲지회장 임명을 둘러싼 인사비리 ▲금융대출을 조건으로 한 커미션수수 ▲정치권 유입자금의 행방 등 크게 5갈래로 방향을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
한회장을 구속하면서 검찰의 수사구도는 비자금 조성및 횡령사실 확인,비자금의 사용처및 조성과정에서의 비리를 확인하는 순으로 짜여 있었다.검찰이 의도한대로 인사,공사발주,대출비리혐의가 실타래처럼 줄줄이 풀려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자금 횡령액의 일부를 확인한외에 시원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6년동안 장기집권한 한회장이 내부의 적을 많이 만들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숫자의 심복을 저인망식으로 농협조직내 요소요소에 심어놓아 이들의 입을 통한 결정적인 비리물증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때문이다.한회장 구속이후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으로 믿었던 불만세력들의 결정적 제보가 기대치에 미흡하다는 것이다.
수사에 착수하면서 4개월여의 정밀내사를 통해 농협비리의 구석구석을 파헤치겠다는 장담과는 달리 「선구속 후수사」라는 짜맞추기식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여론의 질타에 검찰이 무방비상태인 것도 이같은 사정에서 비롯됐다 할수 있다.
따라서 검찰은 한회장을 구속한 직접적인 혐의점이 된 비자금 조성부분과 더불어 인사관련 비리추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소환조사한 관련자 17명 대부분이 비자금조성에 관련된 농협임직원이라는 사실이 이 부분에 대한 수사의 비중을 반증하고 있다.
「농협의 꽃」으로 불리는 15개 도단위 지회장을 임명하는 막강한 인사권을 쥔 한회장이 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재선시켜줄 표를 갖고 있는 단위농협조합장들에게 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회장에게 돈을 받는 먹이사슬이 형성됐다는 것이 수사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분석이고 상당한 비위혐의도 포착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정치권 유입자금의 경우 수사를 계속하지 않겠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한회장이 격려금을 줬다는 14대 국회의원선거출마자등의 상당부분을 확인했지만 이에대한 공개도 않는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따라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온 한회장의 개인비리 추궁및 방만한 조직의 구조적비리에 대한 단죄라는 이번 수사의 방향은 앞으로 확대될 공기업수사의 윤곽을 가늠하는 대목으로도 분석된다.<노주석기자>
1994-03-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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