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지의 지속성/송철원(일요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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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3-06 00:00
입력 1994-03-06 00:00
30여년동안의 군사정권으로 왜곡된 양극구조로부터 우리는 지금 탈출하려 한다.이데올로기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등 모든 것이 양극으로 치닫던 그 치열했던 대립의 역사를 이제 공존의 역사로 제자리 잡게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변화는 지금 막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30년이 넘는 그 역사의 적폐를 바로잡는데 어찌 지난 1년의 성과로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개혁이 『물건너 갔다』느니,『수구세력에 손든 것 아니냐』는 등의 성급한 비관론도 설득력이 없지만,『개혁이 탄탄대로에 올라섰다』는 지나친 낙관론도 불허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개혁은 불가피하게 중단없이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게 필자의 생각이다.그것은 지금의 개혁은 우리 현대사에 미증유의 변화를 가져온 6·10항쟁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 아니라 6·10항쟁의 주역들 가운데 일부가 지금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다만 6·10항쟁의 주역들이 그후 분열되어 소수만이 지금의 개혁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속도가 더딜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세상만사가 얼렁뚱땅 대가없이 얻어지는 수는 없다는 냉엄함이 새삼 느껴진다.

그렇기에 지금의 개혁이 국민들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할 정도로 완벽하게 진행되지 못하는데 대해 그 책임을 개혁추진세력에만 떠넘기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그보다는 이땅에 넘쳐 흘렀던 6·10항쟁의 국민적 개혁의지를 어떻게 하면 다시 불러일으켜 개혁에 가속이 붙게하고,무한경쟁시대의 생존을 위한 노하우의 축적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앞서는 일이라 생각된다.

한마디로 지금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 또한 전혀 다른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얼마전 중국에서 1년여동안 공부하고 돌아온 한 역사학 교수의 다음과 같은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중국에서만 봐도 지금 세계의 변화는 첨단과학기술을 가진 신인류와 여전히 원시시대를 살고 있는 구인류로 나누어지고 있다.구인류는 실크로드 주변에 살았던 사람들 같이 역사에서 사라질수도 있다.

오늘날의 첨단과학기술과 같이 당시의 시대적 총아로 등장한 해상무역이 성행하면서 실크로드는 쇠퇴해 갔다는 것.그러니까 앞으로 첨단과학기술을 장착한 인류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요,그렇지 못한 인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엄청난 변화를 에상케 하는 얘기다.

필자도 여기에 동감이다.요즈음 강조되고 있는 국가경쟁력의 강화라는 말이 바로 이런 뜻에서 강조되고 있으리라.

어쨌든 「신인류냐,구인류냐」의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해야 된다면 우리는 과연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지금과 같은 우리의 몸가짐으로 과연 이 시대를 관통할 수 있겠는가 냉철하게 살피지 않을수 없다.

그러나 그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내 문제로 몸소 느끼기에는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여전히 빛바랜 냉전시대 이데올로기의 잔영이 완강하게 도사리고 있으며,독재시대에 대한 향수,그리고 극단적인 지역주의 등이 이땅의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있다.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고 본다.

이의 극복없이 「신인류와 구인류」가 판가름나는 무한경쟁시대를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이를 위해 무엇보다 개혁주체는 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길 바란다.만약 개혁이 실종되어 국민들이 개혁에 희망을 걸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그에서 비롯되는 사태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과거 30여년의 군사정권이 드리워 놓은 양극의 이데올로기,지역성,그리고 계층간의 해묵은 갈등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안을 찾는데 온몸을 던져야 할 것이다.<신문르포럼 공동대표>
1994-03-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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