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V사고의 교훈/박강문 파리특파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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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2-24 00:00
입력 1993-12-24 00:00
사고가 테제베에는 흠이 되지 않고 오히려 높은 안전도를 증명하는 결과가 되고 있으니 흥미롭다.
고속에서의 탈선이 탈선으로 끝났다.「기적」의 안전도는 각 차량을 분리할 수 없게 관절처럼 결합한 「일체형」이라는 구조적특성에서 오는 것으로 설명된다.그러나 위기에 적절하게 대처한 기관사의 침착성이 없었더라면 대참사로 바뀔뻔 했음을 신문들이 아울러 전했다.
25년 경력에 47세인 기관사 제라르 쿠르티는 차량의 비정상적인 충격을 느끼자 위험을 직감했다.비상제동보다는 정상제동이 더 안전하다고 순간적으로 판단했다.정상제동거리는 약 2㎞.일부 뒤쪽차량이 선로를 벗어난채로 열차는 심하게 덜컹거리면서 달렸다.자갈들이 차창을 때렸다.하얗게 질렸던 승객들은 정차후 기관사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만약 급제동을 했더라면차량들이 아코디온처럼 짜브러들어 사상자가 날뿐만 아니라 차랑들이 옆 선로에까지 걸쳐져 반대방향 진행열차와 충돌했더라면 엄청난 참극이 빚어질뻔 했다고 말했다.
연일 내린 비로 신설역 공사지역내 선로지반이 내려앉은 것이 사고원인으로 밝혀졌다.흙이 패어 선로 한쪽 2m가량이 거의 허공에 떠있었다.선로는 정규점검뿐만 아니라 추가점검까지 했었다.지반침하는 이때 포착되지 않은 매우 갑작스러운 것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81년 첫 실용화이후 12년동안 여섯번의 테제베사고가 있었다.그중 네번이 탈선이었으나 그때마다 열차는 전복하지 않았다.이제까지 인명피해는 전무.중요한 사실은 테제베도 사고는 난다는 것이고 기계가 우수해도 그것을 사람이 제대로 다루어야 피해를 막거나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테제베를 들여올 우리나라는 여름의 폭우와 봄철의 해동으로 지반침하 가능성이 더 많다.더구나 큰 사고들의 원인은 대개 부실공사 또는 근무자의 미숙련이나 불성실이다.이런 것들이 먼저 고쳐지지 않는다면 그 좋다는 테제베도 거적문에 돌쩌귀가 아니랴.테제베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파리=박강문특파원>
1993-12-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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