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위기설(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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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2-24 00:00
입력 1993-12-24 00:00
한때 우리나라 소설에 등장하는 비극의 주인공은 으레 폐병환자였다.젊은 남녀의 지순한 사랑이 결핵이란 「불치의 병」으로 비극적인 종말을 고하는 그런 내용의 대중소설들을 식상하도록 읽으면서 독자들은 그때마다 가슴저려 하곤 했다.

6·25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상흔중의 하나가 결핵이었고 고통스러운 피난살이에 한 가족 전체가 결핵에 감염되기도 한 아픈 기억이 생생하던 시기의 이야기다.

그러나 생활수준의 향상과 효과적인 치료약의 개발로 1백%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결핵은 어느새 「잊혀진 병」이 되었다.

그 「잊혀진 병」에 의한 사망률이 우리나라가 세계1위라는 부끄러운 통계가 나왔다.통계청이 발표한 「92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와 간암 및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이 불명예스럽게도 세계1위라는 것이다.

결핵은 교통사고나 간암과는 달리 후진국성 사망원인.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우리로서는 뜻밖의 사망원인이다.놀랍게도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이 인구 10만명당 10.3명으로 소련(7.8명)·멕시코(7.3명)보다 앞서고 태국·중국보다도 유병률과 사망률이 높다.

국내 결핵환자는 지난 65년 전체인구의 6.5%에서 90년 1.8%로 감소했지만 아직도 70여만명이나 된다.게다가 결핵환자의 60%가 자신이 결핵에 걸려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고 결핵협회는 추정한다.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무서운 전염병인 결핵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정복된 질병」으로 잘못 생각한 나머지 예방과 치료에 소홀한 탓에 「결핵후진국」의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온국민이 잊혀진 질병 결핵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져야겠다.더욱이 최근 선진국에서도 에이즈와 함께 결핵이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기존의 결핵약을 무력하게 만드는 각종 변종균의 출현도 보고돼 세계의학계엔 「2000년대 결핵위기설」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1993-12-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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