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간판(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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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2-23 00:00
입력 1993-12-23 00:00
백화점 의류판매장에 가보면 상표가 외국어 일색으로 되어있어 외국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들어본 일조차 없는 생소한 이름들의 나열­ 가히 세계각국 언어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어디 백화점 뿐이겠는가.길거리 간판에서도 외국어의 위세는 당당하기만 하다.간판이나 상표는 그 상점이나 상품의 함축이고 상징이다.따라서 판매전략상 간판이나 상표의 이름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의 외국풍 선호경향때문인지 우리말 간판이 자꾸만 밀려나고 있다.대학들이 집결된 서울 신촌일대에서 연세대 국어운동학생회가 6년동안 조사한 간판실태를 보면 그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86년 65%를 차지하던 우리말 간판이 88년엔 60%로,90년에는 52%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이 비율은 모든 업종을 망라한 수치이고 경양식·카페는 90%,의류점은 95%가 외국어 간판이었다.

최근 국어학회가 서울·부산등 7대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역시 우리말 간판의 퇴조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50.1대 49.9,각각 절반씩으로 나눠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와는 달리 한편으로는 우리말 간판이 기발하고 감각적인 상호로 등장하고 있어 흥미롭다.대학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카페에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늘 혼자있기를 원했다」「바람불면 눕는 자리」「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등의 시적이고 낭만적인 이름들이 부쩍 늘고 있다.젊은세대의 기호에 맞춘 개성적인 작명이리라.

요즘에는 학생들의 이름에도 순수한 우리말사용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국교생이하의 어린이중 12%가 「밝음이」「아람이」등 한글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현재로는 백중지세를 이루고 있는 우리말 간판과 외국어 간판의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예측할 수는 없다.그러나 우리말간판이 늘어나는 것이 주체성 회복이란 점에서 소망스럽다고 여겨진다.
1993-12-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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