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집/서울 인사동 「두레」(맛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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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2-03 00:00
입력 1993-12-03 00:00
서울에서「맛 좀 있다」하는 집이면 손님대접 제대로 못받고 쫓기듯 식사를 해야하는 요즘,맛은 차치하고라도 그 공간꾸밈새가 주는 여유있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있는」음식점이 있다.
종로구 인사동 네거리,청국장과 장국밥등으로 유명한 한정식집 「두레」는 천장의 짚장식과 사방에 걸려있는 서화,허름한 탁자를 곱게 다시 옻칠해놓은 정성이 그지없이 따스한 분위기를 안겨준다.또 우리전통 문화를 답사하고 공부하는 모임 민학회 회원인 이집 주인 이숙희씨(34)의「삶의 기본은 먹거리에서 출발한다」는 음식철학이 내놓는 변화있는 상차림을 접할 수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남 밀양에서 20년이 넘게 한정식음식점을 경영한 어머니의 뒤를 이어 「두레」를 5년째 경영하고 있는 이씨는 이 집 맛의 비결이 조미료를 쓰지 않고 되도록 전통의 용기를 사용하는 등 「억지로 맛을 만들어내지 않는 정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주메뉴인 청국장(1인분 4천5백원)은 멸치와 다시마 소뼈를 뭉근한 불로 밤새 우려낸 물에 집에서 직접 띄운 장을 넣고 끓여낸다.조기튀김과 머리가 맑아진다는 고소나물·유채나물등 각종 나물및 멸치젓등 8가지 반찬이 함께 나오는 푸짐한 상이다.
양지머리 다시마 무 표고버섯으로 낸 국물로 만드는 장국밥(1인분 5천원) 역시 8가지 각종 반찬이 함께 올려진다.고춧가루등을 넣지 않은 서울식으로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청소라를 살짝 데쳐 미나리와 겨자 양파등으로 맛을 낸 소라무침(1만3천원)은 새콤한듯 부드러운 맛으로 유명한데 특히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라고.
칼칼한 맛의 여수돌산갓김치와 소금에 간간히 절여 고춧가루·참기름으로 맛을 낸 멍게젓갈과 통오이김치는 돈을 내지 않고 즐길 수있는 이집의 별미다.
이밖에 항아리에 짚과 함께 넣어 이주일 동안 삭혀 쪄 내는 홍어찜(2만8천원),12가지 재료를 갈아 만드는 파전(8천원)은 각종 과실주와 함께 이집을 즐겨찾는 술꾼들이 사랑하는 안주거리다.이밖에 한정식(1인 1만∼2만5천원)과 홍어찜·육회·소라무침등 10가지안주가 함께 나오는 안주정식도 이집의 자랑 메뉴.027322919.<김수정기자>
1993-12-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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