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주도권 잡아라”/5개사 경쟁 치열(업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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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2-02 00:00
입력 1993-12-02 00:00
국내 항공업계의 공중전이 뜨겁다.정부가 최근 항공산업을 2천년대 세계적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하자 항공 관련업체들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특히 항공산업 전문화를 위해 업체를 축소·개편할 뜻을 비추자 삼성항공,대우중공업,대한항공 등 국내 빅3사의 주도권 다툼이 날로 가열되고 있다.현대정공과 한나중공업도 잇달아 항공사업에의 참여를 발표,전문화 작업은 혼전을 거듭중이다.
삼성항공은 이 가운데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지난 86년 한국전투기(F16)사업의 주계약업체로 선정된 경력을 내세워 항공산업의 효율적인 육성을 위해 업체의 일원화는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항공기 물량의 대부분을 군 등 정부수요에 의존하는 국내 업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국내 최대 항공기 종합생산업체인 삼성이 절대 유리하다고 본다.이같은 계산아래 지난달 29일 삼성은 중국 항공공업총공사와 98년 생산 목표로 50∼1백50인승급 중형 비행기 개발에 나서기로했다.
대우중공업,현대정공 등 나머지 4개업체들은 항공산업의 전문화 방침에 반발한다.특정 업체에만 혜택을 줘서는 안된다는 논리다.민항기 분야는 군용기와 달리 1개업체가 독점할 성질이 아니라 분야별로 기술을 특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항공기 최종 조립업체에 선정되지 않더러도 항공사업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중국 등 외국업체와 합작을 추진하거나 공동 생산체제를 구축,독자적인 길도 모색중이다.
대우중공업은 지난달 대한항공 및 중국,싱가포르,인도 등 4개국 항공업체와 컨소시엄을 형성,「아시안 에어버스」를 설립하기로 했다.아시아 전 지역에 미국 보잉사나 네덜란드 포커사의 1백∼1백50인승 중형비행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정공은 최근 러시아 야크항공사와 합작법인을 설립,중형항공기 생산에 본격 참여하겠다고 밝혔다.그동안 삼성항공,대우중공업,대한항공 등 3사를 중심으로 한 전문화 논의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 3개사가 지난 90년 군용기 사업의 최종조립업체로 선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민항기 분야에서도 선두주자임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게 현대측 입장이다.현대측은 『이미 지난 88년부터 항공기 생산면허를 얻어 헬기를 생산해 왔다』면서 『전문화와 관계없이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산업인 항공업을 주력업종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라중공업도 지난 9월 러시아 비즈니스 애비에이션사와 기술도입 계약을 맺었으며 중국 북경항공국과 중형항공기의 공동개발을 위한 합의각서를 교환했다.내년부터 50∼60인승급 중형항공기 개발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정부측의 입장은 단호하다.정부는 지난 3월 오는 98년까지 2천5백40억원을 들여 50∼1백인승 중형항공기를 개발하고 이후 선진국과 공동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업체간 중복 투자를 줄이기 위해 업체를 단일화해 먼저 기술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최근 APEC(아태경제협력체)각료회의에서 정부가 국제적 공동개발을 주장,선개발 후판매 방식이 다소 수정됐으나 국내업체의 참여는 조정하겠다고 밝혔다.전문화를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천명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항공업체들은 전문화 작업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외국업체와의 합작을 추진,전문화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그러나 앞다투어 중국 등 외국 항공업체와 비행기 개발에 나서는 것은 중복투자나 과당경쟁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소리도 높다.<백문일기자>
1993-12-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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