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종결의 뒷맛/손성진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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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1-03 00:00
입력 1993-11-03 00:00
진실로 검찰이 거듭나기 위한 자성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비록 낡은 말이지만 신선감을 느꼈다.
그러나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이원조전의원을 최근 검찰이 내사종결한 사실을 보노라면 이 말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물론 안영모 전동화은행장으로부터 2억1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미 5년형을 선고받은 김종인 전의원과는 달리 이씨의 혐의는 밝혀진 바가 없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결과 혐의를 입증할만한 혐의나 증거가 없고 본인이 해외도피 중이어서 수사를 더 이상 진행시킬 수 없어 일단 수사를 종결하고 새로운 혐의사실이 드러나면 언제라도 수사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금 시중에 떠도는 소문은 이씨가 5공화국시절부터 「금융가의 황태자」로 군림하며 여러 갈래의 돈줄을 쥐고 있었고 정치·선거자금의 공급책임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것이다.
서슬 퍼렇던 5공비리수사 때도 이씨만 유독 수사의 칼날을 비켜갔다는 사실도 이 소문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런 이씨가 새정부 들어서도 정치생명을 연장시켜 또 금융가의 비리에 휘말렸는데도 수사망을 비켜간다면 그에 대한 의구심은 검찰이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
안전동화은행장의 비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때인 지난 5월 이씨가 일본으로 허겁지겁 달아난 사실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격」으로 비리에 연루된 사실을 시인한 것 아닌가.
검찰도 당시에는 이씨의 혐의를 어느정도 찾아낸듯 했고 그런 말을 흘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사람들을 납득시키기는 커녕 의혹을 더해준다.
외부의 압력으로 수사에서 손뗀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최근 표명한 「정치적중립」은 허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검찰이 의혹을 벗는 길은 재수사 착수와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이씨를 귀국시켜 조사하는 길 뿐이다.
지금 검찰이 해야할 일은 시대정신에 투철하면서 「성역없는 수사」를 실천하는 개혁이념을 확산시키는 일이다.
1993-11-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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