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설계 결함… 무게중심 윗쪽에/침몰 참사 직접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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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0-14 00:00
입력 1993-10-14 00:00
◎주민,“복원력 적어 요동 심해”/해항청 안전도 평가는 만점

서해훼리호가 침몰,대형 참사를 빚게 된데는 선체의 결함과 이를 감독하는 기관의 관리체계 허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조된지 3년밖에 안된 1백10t급 여객선이 3∼4m 높이의 파도에 쉽게 침몰한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 선박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사고선박은 정원초과,무리한 운항,기상악화 등의 직접적 원인외에도 선체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고선박을 자주 탔던 위도등 주민들은 서해훼리호가 다른 여객선에 비해 유달리 요동이 심했음을 느꼈으며 선체의 윗부분이 아래보다 넓어 불안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서해훼리호는 평소에 승객들이 갑판위에 올라가지 못하고 선실에만 있도록 했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즉 무게중심이 다른 배보다 위에 있도록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승객들이 선실내에만 머물도록해 배의 무게중심의 역할을 극복해 왔으나 사고당일에는 승객이 초만원이어서 불가피하게 갑판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사망자유족들은 갑판위로 몰려 살아난 승객들때문에 선실내에 있던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푸념을 하기도 한다.

평소 갑판위로 승객들이 올라가지 못할정도의 선박이라면 웬만한 파도도 이겨내기 힘들 정도로 운항이 어려운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이런 결정적인 문제점을 가진 서해훼리호는 해운항만청의 여객선 안전관리상태평가에는 만점을 받은 것으로 국회의 국정감사과정에서 밝혀졌다.

안전관리평가도 선박운항과 마찬가지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음은 미루어 쉽게 짐작이 간다.올 상반기에 평가항목의 하나인 「신원확인」란에 만점을 받은 것을 보면 평가가 적어도 허위작성됐거나 아예 서류로만 평가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달 항만청의 정기검사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은 사고선박이 20여일동안 선체수리를 받았다는 사실 또한 선체결함과 행정당국의 안전관리의 허점을 입증한다.

이번 사고는 행정당국의 철저한 안전관리가 있다면 대형사고는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새삼 일깨워 줬다.해난사고 세계 제1위라는 불명예는 「승객안전이 제일」이라는 행정당국과 해운회사들의 각고의 자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부안=특별취재반>
1993-10-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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