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실명제 활착의 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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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0-14 00:00
입력 1993-10-14 00:00
실명전환의 마감으로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실명경제시대」에 들어갔다.
금융실명제가 당초의 우려에 비해서는 부작용이 크지 않았다.그러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치른 부담은 적지 않다.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막기 위해 돈을 많이 푼 결과 시중의 통화량이 크게 늘었다.그러나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경제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여기에 13년만에 닥친 지난 여름의 냉해로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물가문제는 이제 단순히 실명제의 성패를 떠나서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신경제의 명운을 좌우하는 최대의 변수로 떠올랐다.물가가 불안하면 경제가 활력을 잃고 7%대로 잡은 신경제 5개년계획 기간동안 평균성장률 달성의 기반이 사실상 흔들리기 때문이다.
올들어 9월말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로 정부의 연간 관리목표인 5%의 턱밑에까지 차올랐다.추석을 앞뒤로 냉해등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 각종 과일값이 많이 오르는등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장바구니 물가가 아직껏 불안하다.당국이 통화증가율을 연말까지 최고 22%까지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한데 따라 인플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내년에는 기름값을 비롯,철도·지하철·우편·상하수도 요금과 국립대 납입금·고속도로 통행료·담뱃값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도록 예정돼 있다.특히 기름값은 모든 제품의 원가에 적지 않은 상승요인이 되는 것은 물론 생활물가 전반을 자극한다.
내년에 공공요금이 한꺼번에 오르는 이유는 정부가 그동안의 인상요인을 더이상 억제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또 사회간접자본투자를 위해 특소세와 교통세 신설등 새해 예산안에서 세입을 늘리기 위해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강화한 결과 각종 사용료와 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문제는 이같은 인상러시가 임금인상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결국 또 다른 물가인상이라는 악순환을 가져오는데 있다.
더욱이 성장이 떨어지고 경기부진이 계속되면 실업문제가 심각해진다.노동연구원이 내다본 내년 실업률은 87년이후 최악인 3.1∼3.2%.이같은 실업률전망이 실명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전·월세값이 오르면 실업이 늘어나고,세부담이 늘어나면 물가가 오른다는 논리이다.
현재로서 정부가 물가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공공요금 부문밖에 없다.고통분담의 열기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물가당국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통화당국에 통화환수를 요청하고 농산물 긴급수입 및 수요억제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이 또한 중소기업 도산방지 및 농민들의 반발로 여의치 않다.
물가안정이 없이는 실명제에 이어 단행될 금융산업개편의 핵심과제인 금리자유화는 현실적으로 정착될 수 없다.우리 경제의 돌파구인 대외경쟁력 확충도 기대할 수 없다.기업들이 경영합리화나 기술개발 대신 다시 한번 인플레에 편승한 재테크에 휘말린다면 우리 경제는 그냥 주저앉고 말게 된다.
공공요금 인상의 일률적인 억제는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그러나 그것이 몰고올 파장을 최소화할 대책은 필요하다.꼭 10% 이상의 대폭적인 인상이 필요한지,같은 시기에 10여종의 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것이 합당한 지를 먼저 검토해 보는 지혜가 요구된다.아울러 방만한 경영으로 원가상승 요인을 흡수하지 못하는 공기업들의 경영합리화 노력과 그에 따른 민영화등 특단의 대책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정종석기자>
1993-10-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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