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 89회 생일/건강상태 이상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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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8-22 00:00
입력 1993-08-22 00:00
◎각종 추측보도 불구 질병징후 없는듯/노쇠현상 극심… 의료 감시속 보호 만전

『등소평동지는 지난 2년동안 6번이나 돌아가셨습니다.그분이 걸렸다는 병의 종류만해도 열손가락으로 꼽아야 할겁니다.요도염으로부터 시작해서 고환암·파킨슨씨병 등등…』

중국외교부의 한 관리가 최근에 한 말이다.그는 서방 신문들이 심심하다 싶으면 등의 건강에 대한 추측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이제는 그가 위독하다는 정도는 너무 들어서 신물이 날 정도라고 푸념했다.

그렇다면 22일로 89회 생일을 맞은 등의 건강상태는 과연 어느 정도인가.지난 초여름 그의 가족들이 밝힌바로는 올해들어 손이 떨리는 수전증과 정신이 희미하게 오락가락하는 일이 다소 늘어났을뿐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매 분기별로 실시되는 정밀종합검진중 최근의 것도 그의 몸속에서 아무런 질병의 징후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는 문제로 남는다.일부에서는 등소평의 생사문제는 중국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사망이 임박하면 온갖 최신의료장비를 동원,식물인간상태라도 몇년간 버티게 할지도 모르며 설사 그가 사망했더라도 상당기간 이를 알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등이 건강하다는 당국의 거듭된 확인에도 불구하고 그의 건강문제가 회자되고 있는 것은 TV에 비치는 그의 모습에서 심한 노쇄현상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이제는 남의 부축없이는 홀로 걷기가 불편한 상태이고 의사들로부터도 수영금지령을 받아 올여름엔 북대하 간부 휴양지에도 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록 몸에 병은 없다 해도 극심한 노쇄현상 때문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만해도 목숨을 보존하기가 어려운 상태인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의 혁명원로들은 거개가 장수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모택동과 왕진 이선념 등이 80대 중반에 사망했지만 등과 동갑인 진운과 올해 91세인 팽진도 병석에 누웠다는 얘기가 수년전부터 흘러 나왔지만 아직도 살아있다.지난 82년에 사망한 기검영원수는 중국중앙판공청에서 사망이 임박해지자 추도사와 부고까지 작성,언론기관에 미리 배포했었지만 그 뒤로도 3년동안이나 버틴 것으로 유명하다.

원로들이 장수하고 있는 것은 각자 양생의 도를 실천하고 있는 때문이기도 한데 최근에는 등을 비롯,팽진 박일파 송인궁등 많은 원로들이 기공(단전호흡)에 매료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국방과학공업위원회에서는 특이기공 소유자들을 모아 이들이 기를 발해 고위간부들의 병기를 뽑아내도록 하기도 한다.



이들은 영양섭취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서 기름진 음식을 절대로 피하고 있다.등은 평소 아침식사로 연두부나 튀김국수 찐빵을 주로 들고 점심엔 볶은 요리를 먹으며 저녁식사때는 혈액순환을 돕고 위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화리」라는 특제약주를 마신다.줄담배를 즐기던 등 한사람을 위해 중국정부는 몇모금만 빨면 금방 타버리는 「웅묘」라는 특수담배를 제공하기도 했다.

중국의 원로들이 급사를 면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의료감시 때문이다.등의 경우 북경저택에는 주로 301군병원 출신의 의료진이 상당수준의 의료시설과 통신장비,긴급차량 등을 완벽하게 갖춘채 상시 대기하고 있다.이곳 파견 의료진은 철저한 심사를 거쳐 선발될뿐 아니라 근무 또한 빈틈이 없다.한 간호사는 등이 먹을 약과 그의 부인 탁임이 먹을 약을 바꿔놨다가 호된 기합을 받아 정신이상증세를 보이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북경=최두삼특파원>
1993-08-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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