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예금/분할인출 실명변조/전산조작 무방비 상태
수정 1993-08-18 00:00
입력 1993-08-18 00:00
일선 금융기관에서 변칙적으로 행해지는 전산조작을 막기가 어렵다.예금주와 짜고 전산자료를 조작,가명계좌를 실명으로 바꾸거나 예금을 불법 인출해도 감독당국이 알아낼 방법이 없다.
금융기관들의 전산시스템 대부분이 하루 이틀 정도면 새로운 전산자료를 입력시킨 프로그램으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또 전산전문가들이 머리를 짜내 만든 전산시스템의 잘못된 부문이나 실명계좌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은행감독원 등 감독기관들도 이를 인정한다.
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전산조작에 대한 확실한 물증이나 제보가 없다면 금융기관의 수천개 지점을 대상으로 일일이 불법 여부를 조사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중앙컴퓨터를 통한 조사에도 기술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은행·증권·단자사 등의 실명계좌 가운데 가·차명 계좌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안 된 상태에서 어떤 계좌가 전산조작이 됐는지를 알아내기는 더더욱 어렵다.실명제 첫날인지난 13일 동아투자금융이 전산조작을 통해 가명계좌를 실명으로 소급 전환시켰다가 16일 적발된 것도 내부자의 제보에서 비롯됐다.제보가 없었다면 그 계좌는 여전히 실명으로 남아 있을 뻔했다.전산자료를 조작했던 방법도 복잡해 은행감독원이 제보를 받고서도 변칙 사실을 알아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17일 감독원에 따르면 동아투자금융은 전산조작을 위해 전산실 직원 5명을 모두 동원했다.일반 영업이 끝난 13일 하오 6시부터 전산직원들은 2시간 동안 모든 거래원장을 확인하고 2개의 디스켓에 복사했다.
복사된 한개의 디스켓에 가명계좌 대신 실명을 입력한 뒤 1시간 동안 중앙컴퓨터를 시험 가동했다.아무 이상이 없자 원래 거래원장은 폐기하고 새로운 원장을 컴퓨터에 복사했다.단순 확인 작업에만 5시간이 소요됐다.거래원장은 이날 새로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정상적으로 보관되고 가명계좌는 하루 아침에 실명계좌로 둔갑했다.
감독원은 이같은 전산조작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을 못 세우고 있다.오로지 도덕성만 믿는 것이다.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모 은행의 전산부장은 『마음만 먹으면 가명계좌나 예금액을 전산조작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혼자서 조작하면 곧 발각되기 때문에 보통 조직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특히 동아투자금융처럼 전산망의 규모가 은행이나 증권사보다 작은 단자사의 경우 감독당국의 눈을 피해 전산조작을 하기는 「누워 떡먹기」라며 실제로 이같은 조작을 부탁하는 검은 손들도 꽤 있다고 밝혔다.<백문일기자>
1993-08-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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