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와 학실히」 저자 서울대 이병건교수(저자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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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8-10 00:00
입력 1993-08-10 00:00
「증권」 대신 「정건」(정권)을 산다고 하는가 하면 의과대학에서 「어학」을 공부하고 「국회」의원이 아니라 나라를 해치는 「국해」의원이라 애써 발음하는 사람들이 있다.바로 경상도 사람들이다.「벤하와 개헥」을 통해 「학실」하게 「겡제」를 살리자고 외치는 김영삼대통령도 물론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언어학자인 서울대 영문과 이병건교수가 펴낸 「확실히와 학실히」(한줄기간)는 김대통령을 비롯한 경상도 사람들이 그렇게 발음할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음운론의 입장에서 밝힌 책이다.
이교수는 『편견이 없다면 모든 언어는 평등한 것』이라면서 『표준어에 대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경상도 사투리의 열등의식을 씻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확실히와 학실히」는 우리말 소리의 체계를 이론을 앞세우지 않고 시중의 화제를 내세워 풀어간 책이다.「확실히와학실히」,「관통:간통 그리고 관광:강간」,「겡제를 살리자」,「아아는? 묵자 자자」,「주앙정보부」 등 각 주제의 제목만 보면 흔한 「YS유머집」을 연상시킨다.첫 인상뿐 아니라 간혹 나오는 언어학 용어(물론 이교수가 친절하게 풀이해 놓았다)와 발음기호의 난관을 극복하고 꼼꼼이 읽으면 이 책은 그 어느 「YS유머집」보다 재미있다는 것이 읽어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김대통령의 말씨가 좌중의 화제가 되는 수가 많지요.그런데 경상도 사투리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괴상한 언어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요』
이교수는 김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도와 같은 「사투리권」인 진주·진양 출신.따라서 김대통령의 말씨,곧 자신의 말씨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싶었다는 것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싫어지면 경상도 사람이 싫고 전라도 말씨가 듣기 싫으면 전라도 사람이 싫어집니다.김대통령의 말씨만 해도 입의 구조가 잘못되어 그렇다는 둥 교육이나 지식수준이 낮은 사람이 그렇게 발음한다는 둥 하는 어찌보면 약간은 악의적인말들까지 있지않습니까.이 책을 쓰게 된데는 대통령의 말씨와 관련된 이미지를 바로잡음으로써 그의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 지도록 돕고싶다는 생각도 조금은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수학이나 물리학,경제학 등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쓴 과학에세이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그러나 언어학,그것도 음운론이 이같은 체제로 나온 것은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한다.
이교수는 『경상도 사투리를 내세우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리말 소리의 체계를 될수 있는대로 광범위하게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이와함께 이 책에는 언어는 경제적인 쪽으로 바뀔수 밖에 없다는 「사람은 될수 있는 대로 게을러지려고 한다」와 사회적 편견이 없으면 언어에는 우열이 없다는 「언어민주주의」 등의 항목이 「재미」 속에 조용한 설득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교수는 이 책에서 「베니스의 상인」을 순 우리말로 하면 「고추장사」가 된다고 익살을 부린다.이 과학적 억설이 궁금한 사람은 서점에 가서 최소한 그 부분만이라도한번 펴볼 일이다.<서동철기자>
1993-08-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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