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그룹/기사회생 발판 마련/“해체는 위헌” 판결이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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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7-30 00:00
입력 1993-07-30 00:00
◎계열사 지분 반환소 잇따라 제기할듯/양 전회장 경영권 회복여부는 불투명

국제그룹이 기사회생할 것인가.공권력에 의한 국제의 해체가 위헌이란 판결이 29일 내려짐으로써 국제그룹의 소생 가능성의 길은 일단 열렸다.지난 85년 한일합섬에 넘긴 국제상사 등 23개사의 주식을 빠르면 올해부터 소송을 통해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부의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진 만큼 주식을 되찾는 것은 양정모회장(72)등 과거 국제그룹 관계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국제가 계열사를 매입한 회사를 상대로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주식을 되찾거나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제는 앞으로 계열사의 지분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잇따라 제기할 것이 확실하다.양회장은 지난 88년 4월 한일합섬을 상대로 국제상사의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제기,지난 91년 말 1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2심에 계류 중이다.이번 판결은 계류 중인 재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승소하면 양씨는 모기업인 국제상사의 발행주식 가운데 자신의 지분인 15.45%(액면가 5백원,1천1백98만5천주,총 59억9천2백만원)를 돌려받게 된다.또 사위인 김덕영 두양그룹 회장의 부친 김종호씨가 제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신한투자금융의 주식반환 소송도 이길 가능성이 높아졌다.김종호씨는 90년 2월 1심에서 승소,오는 8월24일 2심을 기다리고 있다.당시 재판부는 『재무부등 국가기관이 나서 주식을 제일은행으로 인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은 강박으로 인해 공정성을 잃은 것이므로 은행측은 주식인도 당시의 매입가인 80억원을 되돌려 받고 주식 1백30만주를 되돌려 주라』고 판결했었다.

그러나 양씨가 계열사의 주식을 되찾더라도 경영권을 완전 회복할 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다른 회사에 넘어간 계열사들이 증자나 시설투자를 통해 기업의 규모가 커진 데다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켰고 8년 간 키운 공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제상사는 당시 자본금이 3백89억원이었으나 한일합섬이 인수,두차례 증자를 통해 6백50억원으로 늘어났고 극동건설이 인수한 동서증권의 자본금은 2백억원에서 2천8백억원으로 커졌다.

이른 바 낳은 정과 기른 정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양씨측은 주식을 되찾는 대신 이에 상응한 배상을 요구,해결할 수도 있다.또 인수한 기업의 맞소송 등도 예상돼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주식인도를 둘러싼 해당회사의 경영의 일관성 결여로 투자위축 등의 부작용과 마찰도 예상된다.<박선화기자>

◎민사재판 앞으로 어찌될까/“계약무효” 선언안해 공방전 가열 전망/「상사」주식 반환소송 등 2심 영향 클듯

헌법재판소가 5공당시 국제그룹해체결정에 대해 「위헌」이라고 결정함으로써 빼앗겼던 회사를 되찾기 위한 국제그룹측과 계열회사를 인수했던 기업사이에 송사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돼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헌재의 이날 결정이 계류중인 민사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임은 틀림없으나 그렇다고 결정자체가 당시 계약이 원인무효임을 선언한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양측사이에 공방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정모 전국제그룹회장이 한일합섬을 상대로 주식 1천2백여만주(59억원어치)를 돌려달라고 낸 주식반환청구소송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중이다.1심에서는 원고 양씨측이 패소했다.

지난 91년 12월 1심재판부는 『당시의 계약이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원고측이 당시의 계약이 강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인정할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고 당시 의사결정의 자유가 박탈되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원고패소판결을 내렸었다.

따라서 원고측이 이 재판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한일합섬측과 맺은 계약이 강박에 의해 맺어졌다는 증거를 대거나 계약자체가 무효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재야법조계는 분석하고 있다.

법조계는 또 헌재의 이날 결정은 공권력행사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지 둘사이에 맺어진 민사계약까지 「무효」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설령 공권력행사로 인해 이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민사소송은 형사소송과 별개이기 때문에 이에따른 성급한 판단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민법은 법률행위의 취소권이 소멸되는 시점을 그것이 부당한 행위였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안에,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안에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이를 근거로 보면 양씨가 한일합섬측과 맺은 계약이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안 시점이 언제인가에 따라 재판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즉 기산점이 관건인 셈이다.

양씨측은 또 민법 제104조 「당사자의 협박,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라는 규정을 입증해야 회사를 되찾게 된다.

양씨측이 이 재판에서 이길 경우 85년 당시 한일합섭측으로부터 주식인도대가로 받았던 59억원을 돌려주면 주식을 다시 돌려받아 회사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헌재의 이번 결정이 있기전 대법원등 각급 법원이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해 거의 대부분 원고 패소판결을 내려 국제그룹측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게 중론이다.<오풍연기자>
1993-07-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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