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종교는 동반자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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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7-28 00:00
입력 1993-07-28 00:00
◎「과학기술과 카톨릭」세미나서 의견 접근/“유전공학자 도덕성 무장 필요” 지적도

『신앙이 없는 과학은 불구요,과학 없는 신앙은 맹목이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이 갈파했듯이 과학과 종교는 정녕 적이 아닌 동조적 관계인가.

대전엑스포 바티칸관 개관을 계기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지난24일 주최한 「과학기술과 카톨릭」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상충돼 보이는 두 영역을 동반자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아 흥미를 갖게했다.

특히 카톨릭교회가 진보적 과학자를 탄압한 전형적 사례로 꼽히는 「갈릴레오 재판」(16 33년)에 대해 지난해 10월 로마교황청이 『종교와 과학의 비극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재판』이라고 시인,지동설을 고집한 갈릴레오의 복권을 공식 선언하는 등 과학에 대한 교회의 입장이 바뀌고 있는 시점이라 이 세미나는 더욱 이채를 띠었다.

박도식 효성여대총장은 「과학에 대한 교회의 입장」이란 주제발표에서 『과학은 자연이 대상이고 종교는 자연을 만든 조물주에 대한 가르침이기 때문에 두 영역은 밀접한연관이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이질적인 것』이라면서『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서로 일치하며 과학을 통해 종교가 더욱 빛날 수 있고 종교의 뒷받침으로 과학의 아름다움이 더 돋보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자연과학의 발견과 발명으로 자연의 신비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이는 신의 존재와 가르침을 밝히는 인간이성의 쾌거』라면서 세상을 만든 「신」의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과학사적으로 본 카톨릭의 기여」를 발표한 숙명여대 김명자교수(화학과)는 『과학은 중세 자연철학으로서 카톨릭과 역사적으로 상충되는 부분(진화론·지동설 등)도 많았지만 여러분야에서 카톨릭의 지원을 받아왔다』면서『종교(정신세계)와 결별한 것처럼 보이는 현대과학(물질세계)을 제어하는 것은 결국 종교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는 것이 명백히 밝혀진 지금에도 인류는 낮과 밤이 바뀌는 현상을 과학적 표현인 『지구가 한바퀴 돌았다』가 아닌 『해가 뜬다』또는 『해가 졌다』라는 지구 중심적(종교적)표현을 쓰고 있는점은 종교적 영향을 반영한다고 소개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그러나 유전공학의 발달과 종교적 윤리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을 보였다.

가톨릭의대 맹광호교수는 「생명의학 기술의 발달과 그리스도교윤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45년 일본을 항복시킨 원자폭탄의 사용과 과학·의학발전에 따른 급격한 인구증가와 환경오염,생명체 조작기술 등에 대해 심각한 윤리적 타락상을 지적했다.특히 낙태와 인공수정·피임·태아감별 등은 인간의 존엄성 차원에서 제도적 제어장치가 필요하며 유전자를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고도의 도덕성으로 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육철수기자>
1993-07-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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