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요인 5위의 환국을 반기며/최창규 독립기념관장(일요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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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6-13 00:00
입력 1993-06-13 00:00
호국은 나라가 어려울때 던지는 생명이요 순국은 나라가 무너졌을때 바치는 희생이다.바로 이 희생을 통하여 어려운 나라도 지켜지고 무너진 나라도 다시 살아나게되니 이같은 희생은 희생이 아니라 그대로 오늘에 살아있는 우리들의 참 조국이다.살아있는 조국은 소중하기에 겨레는 가슴마다에 그것을 담고 받드니 여기서 조국은 다시 나의 마음속에 직접 살아있는 나의 조국으로 피어오른다.바로 보훈의 정성으로 되살아나는 혼으로서의 나의 조국이다.
이같이 소중한 살아있는 이 조국은 지금 우리들앞에 무엇이 있어 다리 놓아줄까? 그 실체가 바로 저 순국선렬·호국영령이라는 별빛같은 님들이시다.따라서 그 님들이 안계셨다면 오늘의 이 조국은 지금 여기 있을수 없다.
본래 님과 만나지 못하는 주인은 허전하기에 호국의 영령들과 만날수 없는 민주은 그래서 무력할수 밖에 없고,다시 님과 영원히 헤어진 생명은 살아갈수 없기에 순국하신 님의 혼과 만나지 못하는 주체의 생명은 끝내 소멸할 수밖에 없다.
이점은 민족의 분단으로 주체의 생명이 반신불수가 되었고 겨레의 삶에 또한 이산의 고통으로 한없이 흐트러진 오늘의 이 민족사의 현실이기에 더욱 절실하다.
○민족정기로 살아
님들이 역사의 등단앞에 붉은 피를 뿌렸을때 그 붉은 피는 민족정기로 치솟으면서 반드시 푸른빛으로 변한다.바로 민충정공의 혈죽과 같이 푸른피(벽혈)로 상징되는 이 민족의 정기이다.민족의 정기가 이처럼 푸른피로 치솟을때 거기에는 이미 목숨을 던지며 님들께서 불러일으킨 붉은 마음(단심)이 뜨겁게 함께 살아있다.그렇기에 이 호국·보훈의 달,님들의 그 붉은 마음과 푸른피가 만나 민족사의 하늘을 홍청조화로 아름답게 수놓으니 그대로 님들의 민족정기로하여 떠오르고 있는 우리들의 살아있는 태극기 바로 그것이다.
조국앞에 던져진 생명은 죽은뒤에서 혼과 백으로 갈라진다.이때 혼은 조국의 하늘위로 날고 백은 조국의 땅속으로 묻힌다.이를 박은식선생은 혈사속에서 국혼과 국백으로 강조하였다.즉 국백으로서의 역사의 힘이 일시 약하여 지금 망국의 패배를 당하였지만 국혼으로서의 정기는 우리들이 훨씬 우월하기에 민주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실 광복론 그것이었다.
이같은 확실광복론을 따라 이 보훈의 달 우리들에게는 분명하게 들려온 뜻깊은 소식이 하나 있다.바로 저 상해땅 만국공묘에 이제껏 외롭게 잠들어 있던 우리 애국지사 오위의 유해가 금년 광복절을 전후하여 고국으로 돌아오신다는 반가운 소식이다.정확히 광복48년만의 일이니 그 영명은 박은식·노백린·신규식·김인전·안태국님들….실로 눈물겹도록 반갑고도 흐뭇하다.
○완전광복의 길로
이제 오위 애국지사의 유해가 이땅에 봉환될때 그님들은 분명 이 민족사 완전광복의 소식을 함께 안고 여기 돌아오신다.
즉 분단이란 불완전한 광복때문에 이제껏 돌아오시지 못한 님들이라면 이제 그님들이 돌아오실때 그것은 가장 확실한 이 민족사 완전광복의 소식임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박은식선생은 님의 혈사속에서 강조한 국혼이 아니라 당신이 직접 이나라 국혼이 되어 우리의 완전광복을 증언할 것이고 신규식선생도 저서로서의 「한국의 혼」이 아니라 이제 님이 직접 그 한국의혼이 되어 완전광복이 기뻐서 이제껏 흘겨오던 그 예관(님의 호)의 눈을 번쩍 바르게 뜨실 것이다.
이제 본국으로 봉환되는 님들의 유해는 곧 국립묘지로 안장된다.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해,즉 국백에 대한 보훈일뿐이다.여기서 님들의 국혼(영령)에 대한 보훈은 마땅히 겨레의 성전인 독립기념관에서 잘 받들어야만 한다.그래서 님들의 국혼과 국백이 조국의 품안에서 하나로 만나 완전광복의 새 생명으로 피어오르도록 하여야만 한다.
여기서 이 조국 대한에 독립기념관이 서 있다는 사실 자체가 완전광복으로 가고 있는 이 민족사를 웅변한다.그동안 오위유해의 환국이 늦어진데에는 솔직히 북한이라는 변수가 있었던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오늘에 성사된 이 오위의 유해봉환이 끝내 저 북한을 패자로 만들며 우리들 대한만의 승리이어서는 결코 안된다.
그길은 한마디로 통일이라는 완전광복의 승리하나 뿐이다.한마디로 통일의 승리를 거두는 그날 여기 모셔진 오위의 영령들은 단순히 남쪽 대한땅에만 모셔진 님들이 아니라 그대로 하나로 통일된 이 조국속에 분명히 함께 계시게되기 때문이다.
1993-06-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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