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후속조치에 큰 기대”/「5·18담화」 지켜본 광주 표정
수정 1993-05-15 00:00
입력 1993-05-15 00:00
13년동안 한맺힌 응어리를 품어왔던 「광주」가 실로 오랜만에 생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 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이래 한때는 「폭도」로 규정지어지고 또 어느때는 양시양비론적으로 평가받았던 광주시민들은 지난 13일 김영삼대통령이 광주문제와 관련한 특별담화를 발표한뒤부터 진정한 해결방법으로는 미흡하다는 아쉬움속에서도 이제야 음지에서 양지를 찾아간다는 설렘에 마음 부풀어 있다.
대부분의 5·18관련단체들은 대통령특별담화 직후부터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일단 정부의 전향적 의지에 공감하고 단계적인 해결방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아침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의 표정은 한껏 밝았다.
또 사람들이 모인 자리마다 대통령담화내용이 화제로 오르고 후속조치에 대한 예견들이 오갔다.
특히 당시 민주화운동의 본산이자 「한」의 상징인 전남도청을 옮기고 그자리에 5·18기념공원을조성하고 기념탑을 건립한다는 대목에 갈채를 보내면서 민중항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간직할 수 있다는데 크게 만족해 했다.
광주시민들과 5·18관련 단체들은 이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스스로 짚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즉 일단 명예회복은 되었으므로 진정한 광주문제 해결을 위한 총의가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모습이다.
또 숭고한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각종 사업도 활발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대통령특별담화에 이은 후속조치가 무엇인가에 기대를 걸면서 스스로의 요구사항을 정리해나가고 있다.
광주시민과 단체들은 우선 올바른 진상규명을 으뜸으로 꼽고 있다.
법적인 규명이 아니더라도 역사적·사회적 평가가 정립되어야 한다는 바람이다.
또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은 물론 완전한 복권을 소망하고 있다.
게다가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기념사업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 광주문제의 근원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계기가 이루어졌다고 평가,그동안의 「한풀이」세월을 접어가면서 전향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광주의 밝아옴은 앞으로 5·18을 전후한 각종 행사및 집회에서 드러날 것이다.
15∼18일로 예정된 5·18정신계승국민대회와 5·18전야제등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추구하면서도 광주문제의 국면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도 처음으로 5·18관련집회 행사를 모두 허용하기로 해 기대가 모아진다.
5·18을 전후해서는 광주지역에서 모두 30여건의 각종 집회와 행사가 벌어진다.
사진전·판화전·문학의밤·5월여성제·5월거리굿·연합예배 등이 잇따라 펼쳐진다.
또 망월동묘역 성지순례와 자전거순례·영령추모제 등도 열린다.
광주와 목포등지에는 희생영령 분향소가 설치돼 그때의 정신을 되살릴 것이다.<광주=최치봉기자>
1993-05-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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